윤, 의-정 대화 물꼬…증원규모는 고수?
총선 앞두고 피로감 … 위기관리 돌입
“선거결과 떠나 2천명 어려울 듯”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 집단행동 사태 해소의 물꼬를 텄다. 총선을 앞둔 위기관리라는 시각이 많다. 이제는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기조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촉각이 모인다.
윤 대통령은 현장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시한 하루 전인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도 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까지만 해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법과 원칙이 있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오후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연 후 윤 대통령에게 요청을 하면서 기류가 반전됐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당부’는 다가오는 4.10 총선을 염두에 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먼저 의료개혁 필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 파행으로 인해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갤럽이 이달 19~21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의대정원 확대’가 그의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27%)로 꼽히는 동시에 부정평가 이유(8%)로 꼽히기 시작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른바 ‘윤-한 갈등’의 완전한 봉합을 선언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발언논란 등으로 한 위원장과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가 황 수석 사의수리, 이 대사 조기귀국으로 사태를 일단락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갈등 축이었던 국민의힘 비례대표 논란의 중심인물인 ‘20년지기’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을 신설 민생특보에 깜짝 발탁하며 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22일 천안함 앞에서 한 위원장과 함께 한 데 이어 24일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용산과 국민의힘의 관계가 굳건함을 보여주려는 신호로 읽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5일 “한 위원장으로서도 ‘이재명 때리기’ 일변도에서 정책·민생으로의 이슈전환을 한 것이라 바람직하다”며 “문제는 그가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뚫고 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봤다.
여권 관계자는 “의료대란 치킨게임이 길어지면 결국은 정부 책임”이라며 “한 위원장을 명분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에서 이기면 여당, 지면 야당이 상황을 주도하는 만큼 2000명 증원 고수는 정치환경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출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