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사람들
“흡연폐해의 책임, 담배소송으로 묻겠다”
담배 중독성 연구 결과 등 법리 보강 … 건보공단 “국민건강 사회적 책임 다할 것”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보건 및 사회보장을 증진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가 되고 내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인 건강관리는 국가적 주요 과제가 된다. 건보공단은 장기간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 발병에 대한 책임을 묻는 담배소송이나 다제약물 관리, 그리고 의료돌봄 통합지원, 간병지원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세계적 이목을 모으고 있는 담배소송을 진행한지 4월이면 10년이 된다. 지금도 담배회사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건보공단은 현재 내외부 변호인단이 함께 소송쟁점에 대한 입증자료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올해 흡연폐해 발생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또 국민 건강보험 서비스와 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The건강보험 앱'도 개편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공기관으로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도 힘쓴다. 코로나19 대유행기에 K-방역의 버팀목이었던 건보공단이 노인인구 급증시대에 어떤 모습을 국민 앞에 나설 지 주목된다.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는 담배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올 4월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한지 10년차가 된다.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건보공단의 의지가 남다르다.
임현정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담배소송 승소와 효과적인 담배규제를 위해 국내외 보건·의료계 전문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법리를 보강하고 흡연폐해와 소송에 대한 국민과 재판부의 관심을 이끌어내 반드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겠다”고 밝혔다.
◆“담배 니코틴은 중독물질, 임상에서 증명”= 건보공단은 2014년 흡연 폐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고자 당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3개사인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를 상대로 약 53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과거 법원에서 흡연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폐암(편평세포암 및 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를 손해배상 청구한 것이다.
1심 법원은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흡연과 폐암(후두암)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담배 제조·판매 과정 상 불법행위나 제조물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던 소송인만큼 변호인단 및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현재 담배소송 항소심은 7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다.
공단은 이 소송을 통해 담배 유해성과 중독성을 널리 알리고 확인받아 국민 건강 증진에 힘쓰고자 한다.
공단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80%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40년이 지난 지금 성인 남성 흡연율은 약 30%로 낮아졌다. 하지만 담배는 여전히 매년 6만명(매일 159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고 막대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2022년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평균 4.5%씩 증가했다.
주영구 건보공단 법무지원실장은 “담배의 중독성 관련 수십년 간 축적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담배 속 니코틴은 중독성 물질로 개인의 자유로 흡연을 시작했더라도 중독된 상태에서는 흡연을 중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이는 많은 임상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된 사실이며 니코틴 중독은 알코올 마약 등 중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과거 담배회사들이 담배 중독성과 유해성을 알리기는 커녕 ‘라이트 자연 순 마일드’ 등의 광고 문구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담배가 마치 덜 해로운 것처럼 오인하게 하고 위험을 은폐·축소하고자 했다고 주장한다.
항소심에서의 승소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담배회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46개 주정부가 대형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정부가 지출한 흡연 관련 질병 치료비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이 제기한 소송과 비슷한 사례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담배회사의 니코틴 조작 등 불법행위가 인정돼 1998년 2000억달러가 넘는 배상합의 판결이 났다.
또한 연방정부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부정부패조직범죄방지법(RICO) 위반으로 제소한 소송에서 연방 대법원은 담배회사가 흡연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것을 알고도 제품을 제조·생산했고 조직적으로 소비자들을 기망했다는 이유로 수천억달러의 막대한 금액을 징벌적으로 부과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흡연자 개인이나 집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인정된 사례는 없다. 1999년 흡연자와 그 가족 등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3건의 담배소송이 진행됐다. 흡연과 일부 폐암 간의 관련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인정되기도 했으나 담배회사의 위법 행위나 제조물의 결함은 인정되지 않았다.
◆The건강보험 앱, 더 편리하게 = 건강보험공단의 대표 모바일앱 ‘The건강보험’이 올해 개편된다. 사용자인 국민 관점에서 불편은 최소화하고 앱 이용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기호 건보공단 고객지원실 부장은 “많은 국민이 이용하고 있다고 해서 앱이 편리하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 많이 이용할수록 더욱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해 편리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국민관점에서 더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The건강보험 앱에서는 자격득실확인서, 보험료납부확인서 등 증명서 발급부터 보험료 납부·조회, 장기요양 서비스 등 약 160여 종의 민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신과 가족(영유아)의 건강검진, 건강한 생활을 위한 건강기록 등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을 위한 로그인 또한 확대·개선해 간편 민간 인증서를 포함해 15종의 인증서 또는 지문·얼굴을 이용한 생체인증을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6월부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보다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앱을 실행하면 제일 처음 보이는 화면에서 민원·건강iN·장기요양 중 원하는 서비스로 바로 갈 수 있도록 한다. 하반기에는 외부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국민 입장에서 모바일 서비스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모바일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 등 디지털취약계층의 이용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전자고지, 중소상공인과 동반성장도 힘써 = 건보공단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ESG경영에 힘쓰고 있다.
전영희 건보공단 경영지원실 ESG관리부장에 따르면 공단은 2023년 친환경·탄소중립 중장기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탄소 저감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디지털서비스 강화로 종이없는 대국민 행정서비스 확대 △친환경·고효율 사옥관리 등의 전략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태블릿 PC를 활용한 다빈도 민원서식 전자 접수로 연간 165만장의 종이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종이 대신 전자고지를 확대하는 등 공단업무에 친환경 경영을 실천했다.
공단은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도 실천해왔다. 공단 ‘하늘반창고 봉사단’은 전국 2418세대·기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임직원들이 주말과 공휴일에 주거 취약계층을 방문해 집수리·이동빨래봉사를 통해 2023년까지 1만1036세대가 도움을 받았다.
중소상공인과 함께 다양한 동반성장 사업으로 △납품단가 제값받기 지원 △협력기업 안정적 자금 지급을 위한 상생결제 활성화 △사회적경제기업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 등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