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논란’에 체면 구긴 용산
“875원 합리적” 발언 겨냥
민주 ‘민생 무지’ 공세 총력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른바 ‘대파 논란’이 정부여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의 ‘민생 무지’ 공세가 유효타를 내는 모습이다.
20여 차례 민생토론회를 열며 민생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이해도를 과시해 온 대통령실은 체면을 구겼다.
발단은 이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 대파 한 단이 875원인 것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틀 후인 20일 인천 미추홀구 시장을 찾아 대파 한 단을 들어 보이며 “5000원”이라고 외치고는 “이 정부는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민주당과 당 소속 총선 후보들은 앞다퉈 대파 가격 관련 인증글과 사진을 SNS에 올리며 윤 대통령이 민생(물가)에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서울 중랑을 지역에 출마한 이승환 국민의힘 후보가 “비트코인보다 ‘대파코인’, 재테크보다 ‘파테크’를 해야 할 판”이라며 “3년 전 대파값 7000원 시대의 주역들이 이제 와 대파값 3000원이라고 야단법석을 떤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사실 윤 대통령은 발언 당시 동행한 농협 관계자에게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니냐”며 시중 가격을 따져 물었다. 이에 관계자들은 대파의 가격이 정부 납품단가 지원금, 자체 할인 등이 적용된 금액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언의 맥락이 확인된 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24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인터뷰에서 “3월 14~15일을 계기로 주요 (농축수산물) 품목 가격 하락이 시작됐고, 18일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하락이 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이 대표는 25일 다시 “대통령 실언에 물가를 끼워서 맞추는 느낌이 든다”며 “(대통령을) 벌거숭이 임금님 만드는 거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정부도 공방에 합류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5일 성남 분당구 구미동 하나로마트를 찾아 농축수산물 가격 할인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송장관은 “4250원에서 정부 납품단가 지원 2000원, 하나로마트측 1000원, 여기에 농식품부 할인쿠폰 375원까지 붙여 875원”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번지수 잘못 찾은 ‘지원사격’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모습도 나타났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하는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는 25일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875원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것”이라며 “한 봉지에 세 뿌리냐 다섯 뿌리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여권 관계자는 “하루하루 물가를 신경쓰며 사는 국민 처지에서는 전후관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며 “논란이 계속되는 건 민주당이 선거철을 앞두고 그런 점을 잘 파고들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일선 관계자는 “민생토론회를 20여 차례 하면서 민생·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이해도를 상당 부분 보여줬다”며 “당혹스럽지만 지엽적인 논란으로 그칠 일”이라고 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