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토양 유형별 무척추동물<생태계 교란 민감지표> 태풍 피해 큰 차이
생태계순환 구조와 에너지흐름도 변화
태풍(열대성 저기압)으로 인한 토양 무척추동물 피해 정도가 산림 유형과 토양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양 무척추동물은 산림 생태계 교란에 민감하고 태풍은 산림 생태계 구조 등을 바꾸는 대표적인 자연재해다. 하지만 태풍과 토양 무척추동물 군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1일 국제 학술지(SCIE) 포리스츠(Forests)의 특별호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산림에 미치는 영향’에 실린 논문 ‘태풍 시 산림 토양 무척추동물 군집의 단기 반응’에 따르면, 태풍의 영향은 표토층(토양의 맨 윗부분·topsoil layer)에 사는 무척추동물 보다 낙엽층(litter layer) 군집에 더 컸다.
태풍이 1차례 지나갔을 때 표토층 내 무척추동물 군집의 개체 밀도와 풍부도는 증가했다. 2번째로 태풍이 지나갔을 때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낙엽층에 사는 무척추동물 군집의 개체 밀도와 풍부도는 큰 폭으로 줄었다. 2번 연속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는 낙엽층 무척추동물 개체 밀도가 가장 낮은 지점으로 떨어졌다.
토양 무척추동물은 산림 생태계 교란의 민감한 지표다.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토양 무척추동물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시나리오에서 태풍의 강도와 빈도는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태풍이 숲의 구조와 기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토양 무척추동물로 많이 알려진 존재는 ‘생태계 공학자’인 지렁이다. 지렁이가 판 작은 굴들을 통해 물과 공기가 토양 속으로 더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되면서 호기성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한다. <내일신문 2월 19일자 환경면 ‘생태계 공학자 지렁이, 탄소순환 역할도’ 기사 참조>내일신문>
또한 태풍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무척추동물 밀도와 분류군 풍부도에 미치는 영향은 산림 유형에 따라 크게 달랐다. 토양 내 무척추동물 비중은 혼합림 > 대나무 숲 > 전나무 숲 >2차 활엽수림 등의 순으로 많았다. 하지만 태풍 이후 전나무 숲과 2차 활옆수림의 무척추동물 밀도는 각각 62.1%와 63.53%로 크게 감소했다. 혼합림과 대나무 숲의 낙엽층 내 무척추동물 밀도는 각각 47.01%와 46.92%로 줄었다.
태풍으로 인한 폭우 등은 수관(숲의 머리에 해당) 구조를 파괴하거나 나무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숲 바닥의 온도나 습도 등 미세한 환경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토양 무척추동물 군집의 활동과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산림 생태계 물질순환과 에너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취텐 우 중국 저장농림대학교 교수 등이 주도해서 이뤄졌다. 실험 기간은 2022년 7~9월이다. 연구 대상지는 중국 저장성 남동부 린하이시에 있는 산림생태연구 린하이 기지로 아열대 계절풍 기후가 특징이다.
이 지역 토양은 풍화가능광물 함량이 적고 비옥도가 낮은 ‘페라솔(Ferralsol)’로 분류된다. 또한 이 지역의 숲은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다양한 강도의 태풍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