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① | 부산 연제구
부산 연제에서 도대체 무슨 일?
야권단일 진보 노정현 약진
3선 도전 김희정 보수호소
“내 손모가지를 부러뜨리고 싶었다.”
지난달 31일 일요일 오후 반려견을 안은 부인과 함께 온천천 벚꽃길을 산책 나온 김 모(60세•남)씨.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는 그는 “황상무 회칼 발언도 이종섭 호주대사 내 보낸 것도, 빨리 인정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며 강한 불만감을 토로했다.
유세차량 앞에서 선거운동원들을 향해 “진보당에도 밀리냐. 정말 답답하다”고 한소리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산 연제구가 심상치 않다. 유명 정치인들이 출마한 지역과는 달리 관심 밖이던 이곳이 전국적 관심지로 부상했다. 연제구는 부산시청과 법조단지가 몰려있다. 2016년 총선을 제외하곤 진보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을 정도로 보수색채가 강한 곳이다.
진보당 노정현 후보가 재선에 여가부장관을 지낸 김희정 후보를 9%p 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왔기 때문. 김 후보는 17대와 19대에 연제구 국회의원을 했다.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의뢰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18일과 19일 연제구민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보니 노 후보는 47.6%로 김 후보 38.3%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노 후보는 민주당 이성문 예비후보와 불과 0.4%p인 4표차로 승리해 단일후보가 됐다.
그러나 단일화 이전까지 연제구의 분위기는 이렇지 않았다. 정확히 한 달 전 이뤄진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 당선 가능성은 8.7%에 불과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반전했다. 수도권에 불기 시작한 ‘심판 돌풍’이 낙동강 벨트로 이전되면서 노 후보가 고스란히 그 지지세를 이어받는 분위기다.
3무(무능·무책임·무도) 정부라며 열변을 토하는 시민도 있었다. 연산동의 한 음식점에서 막걸리를 기울이던 김 모(68세·남)씨는 “지금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데다 국민을 대하는 걸 보면 무도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정 모씨(남·67세)는 “정부에 제대로 할 말 하는 사람이 1명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우연한 돌풍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노정현캠프 핵심관계자는 “구의원 등 10년 이상 밑바닥을 다져온 결과”라며 “이변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지지세가 결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숨어 있는 샤이보수가 상당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연산동에서 고기집을 하는 송 모(59세·여)씨는 “나이 드신 분들이 최근은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쉬쉬하는 분위기가 많다”며 “싸움날까 두렵기도 한 것 같고 그냥 말을 잘 안하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분위기도 여전했다. 앞서 손목을 부러뜨리고 싶다던 김 모씨는 “진보당이 당선되면 연제 발전에는 죽은 표”라며 “열심히 전화 돌려서 김희정 찍자고 설득할거다”고 말했다. 김희정캠프 관계자는 “샤이보수가 최소 5% 이상 숨어있다고 본다”며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게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후보는 재선 의원과 장관으로 국정운영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당선되면 부산 유일의 3선의원이 된다. 초선과 비교할 수 없는 중량감인데다 국회 상임위원장으로서 부산과 연제발전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노정현 후보는 주민들과의 접촉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주민대회가 그 중심에 있다. 지난해 주민대회에서 정책제안에 5000명, 정책결정투표에 3만5000명이 참가했다. 여기서 나온 제안들을 고스란히 공약에 담았다.
부산 =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