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커지니, 여권 자중지란
용산발 악재 잇따르자 여당서 “탈당” “사과” 속출
일각 “감탄고토” 반박 … 총선 뒤 ‘책임 공방’ 예고
명품백·이종섭·의정갈등 등 용산발 악재로 인해 정권심판론이 커지자,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모습이다. 정권심판론의 직격탄을 맞은 여당 후보들은 용산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지만, 반대편에서는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냐”며 반박한다.
만약 여당이 총선에서 패한다면 자중지란은 극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책임론’을 놓고 ‘여당 대 용산’ 또는 ‘미래권력 대 현재권력’ 사이에 거친 공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권의 자중지란은 총선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되풀이 됐다.
지난 1월 ‘김건희 명품백’ 논란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여권 일각에서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실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1차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달에는 이종섭·황상무·비례 공천을 놓고 다시 민심이 흉흉해지자 2차 갈등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의정갈등을 놓고 여권이 3차 갈등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의정갈등 장기화가 정권심판 민심을 키운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1일 대국민담화가 민심의 화를 북돋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여당 후보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 모습이다. 서울 마포을 함운경 후보는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청했고, 조해진(경남 김해을)·정운천(전북 전주을) 후보는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기 역량은 탓하지 않고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탈당을 요구하는 게 니들의 감탄고토 정치 스타일이냐”고 반박했다.
여권의 자중지란은 총선 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만약 여당이 총선에서 패한다면 여당 후보들은 “용산 탓에 졌다”며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통령(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도 여당에 떠밀려 ‘탈당 운명’을 피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임기 5년차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제 임기 3년차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아직 인사권과 사정기관이란 권력을 쥐고 있다. 여당이 파국까지는 피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윤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친한(친한동훈)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친한 수도권 후보는 “더이상 윤 대통령에게 기대할 게 없다. 총선 이후에는 당이 주도권을 뺏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권력(한동훈)을 앞세워 현재권력(윤 대통령)을 제압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1일 “민심이 윤 대통령에게 화가 나 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 비판을 잘 안다. 바뀌려고 노력하겠다’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담화에서) 끝까지 내가 옳다고 강조했다. 스윙보터(부동층)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