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해야”
전공의·의대생 1581명 대상 설문조사
3명중 1명 “향후 전공의 수련 의사없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 대부분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실상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를 정부가 제안하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였다 지난 2월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1581명 중 64.1%(1014명)는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정원인 3058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1.9%(504명)였다.
의대 정원을 감축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96.0%를 차지했다. 증원해야 한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66.4%(10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위해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0%·복수응답)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한 전공의·의대생도 33.6%(531명)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87.4%)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 ‘심신이 지쳐서’(41.1%) 등을 꼽았다.
사직·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압력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0.9%(15명)에 불과했다.
류옥씨는 “1/3 내지 절반은 정말로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바로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이탈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의 문제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저부담 의료비’(90.4%)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80.8%) ‘응급실 및 상급종합병원 이용의 문지기 실종’(67.0%) ‘당연지정제’(62.4%) 등이 지적됐다.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병원들이 의무적으로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금액을 받도록 한 제도다.
류옥씨는 “저희는 병원을 떠난 거지, 환자 곁을 떠난 게 아니다”면서 “젊은 의사들이 환자들과 연대해 필수·지역의료, 환자중심 의료에 힘쓸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