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만난 윤 대통령, ‘추가 입장’ 나올까
대통령실 “더 연락할 고리 만들어져”
의료계, 강경파 목소리 비등 전망도
4일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이 향후 어떤 입장을 추가로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통령실은 전공의들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데 그친 만큼 공은 아직 윤 대통령에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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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대화의 물꼬를 텄으니 좀 더 지켜볼 수 있지 않겠나 싶다”며 “대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무려 140분의 시간을 써가며 이야기를 나눈 만큼 앞으로 더 연락할 수 있는 고리는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여권에서는 총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일단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총선 전에 전공의와 일단 만남으로써 의대증원에 찬성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의료계 사이의 논쟁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게 됐다”며 “양쪽 모두 표라고 볼 때 의미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전향적’ 입장발표가 한 번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급락하던 총선 분위기가 다시 한 번 조금씩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추가로 의대증원 규모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직접 보여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대전협의 만남이 ‘접점’을 찾지 못한 듯한 모양새로 면담이 종료된 만큼 당장 의료계의 반발이 잦아들길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만남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강성파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씨는 4일 박 단 비대위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앞서 그는 이번 만남에 대해 “전공의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비대위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애초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했던 의료계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에서 뻔한 결말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현장을 지켜온 의대 교수들의 진료 단축 결정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는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 단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과 관련해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는 필요하지만, 밀실에서 의대 증원을 후퇴시키는 과정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걸·장세풍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