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바로알기 ①
광케이블 활용한 지진 감지 신기술 개발 경쟁 치열
온난화로 인한 지진 빈도 변동 가능성 등 한반도 안심 지역 아냐
기상청 "지반 흔들림까지 고려한 재난문자 송출 체계로 전환 추진"
최근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지진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지진 빈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높아진 관심에 비해 지진 감지 등 신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과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진은 미리 감지하기도 힘들고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자연재해보다 대비가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만큼 선제적인 대비가 필수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제대로 된 관측이 첫 출발인데, 다른 자연재해보다 더 시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진은 특히 중요하다. 최근에는 지진계를 대체할 수 있는 광케이블과 같은 새로운 도구나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 안타깝다.”
3일 신동훈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지구물리·지진학)는 이렇게 말했다. 지진계는 괘종시계처럼 추의 관성을 이용해서 땅의 흔들림을 알아내는 구조다. 최근 전세계 곳곳에 깔려있는 광케이블이 지진 진동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산 음향 감지를 포함한 광섬유 감지 기술 등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 기술은 기본적으로 광섬유가 전달하는 빛의 신호를 분석해 지진을 감지한다.
◆해외는 ‘분산형 음향 계측시스템’에 주목 = 해외학술지 ‘지진 과학’에 실린 ‘지진 모니터링의 최근 발전 Ⅰ’ 논문에 따르면, 2017년부터 분산형 음향 계측시스템(DAS)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수많은 지진 감지기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떠올랐다. 사실 분산형 음향 계측시스템 개념은 1990년대 제안된 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됐다. 하지만 지진 분야에 적용된 건 최근이다.
기본적으로 분산형 음향 계측시스템은 긴 광섬유를 최소 1m 간격의 진동 감지기 수천개로 변환한다. 입자 속도나 가속도를 측정하는 관성 지진계와 달리 분산형 음향 계측시스템은 광섬유를 따라 세로 방향으로 동적 변형률 등을 측정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고해상 레이저빔을 케이블 광섬유 중 하나에 비춘 뒤 그 변형을 통해 진동을 확인하는 식이다. 광섬유의 끝은 고리 모양 형상의 반대 케이블과 연결된다. 레이저를 쏘면 대부분은 다른 케이블로 진행되지만 일부는 지진 부근에서 나오는 지진파로 인해 변형이 될 수 있다. 레이저에서 발산돼 반사되는 빛의 일부를 남기면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를 분석해서 지진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세페 마라 영국 국립물리학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레이저를 사용해 기존 분산형 음향 계측시스템의 한계인 약 100km에서 벗어나 최대 535km 떨어진 지역의 지진을 감지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1960년대 판구조론 정립, 단정은 금물 = 해외학술지 ‘4기 과학 리뷰(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실린 이희권 박사 연구팀의 논문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지진의 장기 패턴: 간빙기 동안 한반도 전역의 지진 재발 및 응력장 변화에 대한 통찰’에서는 현 지구 온난화 추세가 잠재적으로 한반도에서 지진 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게다가 최근 대만 뉴욕 등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국내 지진 발생 증가 불안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총 106회로 2022년 보다 38% 증가했다. 규모 3.0 이상 지진도 16회로 연평균 10.4회보다 늘었다. 연평균은 요즘과 같은 디지털 지진계가 도입된 1999년부터 관측된 지진 발생 횟수의 평균 수치다.
2일 함인경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사무관은 “규모 2.0 이상의 지진부터 국가통계로 발표하는데 규모 3.0 이상 발생 추세를 보면 큰 폭으로 증가한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며 “2016년(경주 지진 규모 5.8) 2017년(포항 지진 규모 5.4) 등의 시기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많은 여진이 있어서 횟수는 증가했지만 전체 흐름에서 벗어난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진 발생 횟수가 늘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지진관측망의 확대와 분석시스템의 고도화로 점진적으로 증가세를 보인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지진은 판구조론으로 설명을 하는데 애석하게도 1960년대에 정립된 100년도 안 되는 이론”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아는 지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이 딱딱하고 깨어지기 쉬운 여러 개의 판들로 이뤄졌으며 판들이 이동함에 따라 지진 화산 등 다양한 지질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1900년대 초 대륙이동설에서 출발해 1960년대 초에 판구조론으로 정립됐다. 지구과학 및 지질학 분야의 중심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함 사무관은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최근에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만큼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대도시 지진재해로 인한 위험요소 평가방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경주(9.12) 지진, 2017년 포항 지진 이후부터 최근까지 발생하는 지진의 경향은 전국 어디서나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도심지에 발생하는 지진재해는 인명·시설물 피해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분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단위를 기준으로 선제적인 대비가 필수다.
◆10월 재난문자 범위 시·군·구 단위로 = 하지만 지진은 다른 자연재해보다도 대비가 어려운 측면이 크다. 지진파 중 P파의 경우 상부 지각에서 1초에 6km를 움직일 정도로 빠르다. P파는 지구 내부를 지나는 실체파 중 지진계에 가장 먼저 기록되는 파다.
때문에 제일 중요한 건 신속한 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진경보 체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미세한 진동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 지진계 등 관련 장비를 촘촘히 깔고 전송된 자료를 최대한 신속하게 분석하는 일은 기본이다. 통상 지진경보가 신속히 발표돼 큰 진동이 오기 전 5초 정도 시간이라도 주어진다면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다. 또한 인명피해를 80% 줄일 수 있다.
기상청은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 시 지진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재난문자 발송 대상 지역을 설정해 운영 중이다. 지역 기준으로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 시에는 50km 반경에 해당하는 광역시·도에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규모 3.5 이상은 80km, 규모 4.0 이상은 전국에 알린다.
8일 기상청은 “지진동(지진파가 지표에 도달할 때 지반의 흔들림)을 고려한 지진 재난문자 송출 체계로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진 재난문자 발송 범위에 해당하는 단위는 광역시·도다. 이럴 경우 지진 발생 시 거의 진동을 느끼지 못하는 지역에도 재난문자가 발송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지진발생 시 약한 진동을 느끼거나 거의 진동을 감지하지 못하는 원거리에 사는 시·군·구 주민의 지진 재난문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선 작업 중”이라며 “광역시·도 단위로 발송하는 재난문자 범위를 10월부터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보다 세밀하고 차별화된 재난문자 송출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재난문자 내용이 90자로 제한돼 불충분한 행동요령 제공 등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