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주연’ 윤 대통령…승패 떠나 ‘후유증’
민생토론회, 대국민담화, 전공의 면담 등
명품백·황상무·이종섭 논란 대응미흡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주연’ 역할을 했지만 선거 승패를 떠나 차후 국정운영에 부작용이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적극적인 대외행보로 대국민 직접접촉을 시도했지만 정작 주변의 악재 해결하는 데는 미온적이었다는 점, 용산 출신 일부 총선 후보들이 총선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번처럼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총선은 처음 본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총선 기간 직전까지 전국을 돌며 2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열고 추가로 2차례의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었다. 지역에 갈 때면 굵직한 인프라 관련 약속으로 지역민심 설득에 나섰고, 모두 생중계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육성이 최대한 노출되는 쪽을 택했다.
의료개혁이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전공의들의 현장이탈이 길어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이달 1일 장장 50분에 달하는 대국민담화를 생중계했다. 사흘 후인 4일에는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약 2시간 20분간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정권심판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통령 주변에서 발생하는 악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은 “박절하지 못해서”라는 해명만 각인된 채 불완전하게 봉합됐다. ‘언론인 흉기테러’ 발언 논란을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한 조치,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빚은 이종섭 전 주 호주대사의 사퇴는 만시지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총선의 또다른 주역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벌인 신경전은 여권 분열로 인식됐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질적으로 낮다는 것은 다수 국민에게 ‘밉상’이라는 뜻”이라며 “이를 무릅쓰고 노출되길 택했다면 국민이 놀랄 만한 전향적인 태도변화라도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앞가림은 못하면서 목소리만 큰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며 “이 상태로는 총선에서 지면 ‘대통령 탓’이라는 인식이 비등할 것이고 이기더라도 대통령 덕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출마한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의 성적과 행보도 후과를 우려하게 한다. 부산 수영구에 출마한 장예찬 후보의 경우 공천낙마 후 윤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무소속 출마,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요구하는 중이다.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한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의 경우 보수강세 지역임에도 열세를 점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어 이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