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업 재개…강의실은 ‘텅텅’
집단유급 우려에 이달 중 대부분 시작 … 학생들 외면에 비대면 수업 중심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장기화로 집단유급 위기가 커지면서 그동안 개강을 연기했던 의과대학들이 잇달아 수업을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을 재개한 의대에서도 학생들은 돌아오지 않아 실질적인 학사 운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날 경북대와 전북대가 동참하면서 수업을 하고 있는 의대가 16곳으로 늘었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은 14곳이었다.
나머지 23개교도 이달 안에 수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파악되면서 대부분의 의대가 이달 중 수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일정을 정하지 못한 순천향대도 수업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고시 응시 요건 비상 = 각 의대의 개강은 당초 2월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학사 운영이 파행됐다.
그러나 4월 중순이 지나면 1학기 학사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 대량 유급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각 대학이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 수업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통상 학기당 15주 이상의 수업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개강이 계속 뒤로 밀리고 수업과 시험이 한꺼번에 진행될 경우 학생들은 물론 진료와 강의를 병행하는 의대 교수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본과 4학년의 경우 국가고시 응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
의사 국가고시를 치르려면 각 의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을 받으려면 임상실습 기간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달 중 수업을 시작해 여름방학 없이 주야로 수업을 하더라도 시간을 채우기 촉박하다는 것이 대학들의 설명이다.
◆의정 갈등 장기화 조짐 = 수업이 시작됐지만 의대생들이 정상적인 학사일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업을 시작한 상당수 의대는 대부분 수업을 비대면 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강의는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 제작된 온라인 강의를 자율적으로 수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학은 온라인 강의 자료를 내려 받기만 해도 출석을 인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이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또 ‘단일대오’를 예고했던 의사 단체 간엔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7일 기자회견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된 ‘합동 브리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도 이와 관련해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 당선인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교수단체 헌법소원 추진 = 의대 교수들은 총선 전 제기할 계획이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관련 헌법소원을 12일 이후로 연기했다.
전의교협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교수들이 각 대학 총장에게 의대생 증원을 무효로 하기 위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의대 교수나 전공의 등이 낸 같은 내용의 행정소송에서 이들이 원고로서 적격하지 않다며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전의교협 공문에는 “서울행정법원의 각하 결정에 따라 원고 적격자인 총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달라. 총장들은 12일 오후 1시까지 행정소송 등 제기 의사가 있는지를 회신해 달라. 회신이 없는 경우 제기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