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 22대 국회 대거 입성
지역구·비례대표 합해 61명 금배지
야당 ‘대장동 변호사’ 5명 국회 입성
‘친윤석열’ 여당 후보는 희비 엇갈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법조인 출신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총 120명의 법조인들이 출마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61명이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사건 변호인들이 대거 당선됐다.
‘반윤석열’ 검사로 알려진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인 박은정 후보 등도 당선됐다. 반면 친윤석열 검사로 알려진 후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법조인 특히 검사 출신 인사들이 국회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후보자 693명 중 법조인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100명(14.4%), 비례대표 후보는 247명 중 20명(8.1%)으로 집계됐다. 선거개표 결과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법조인 출신 후보 1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명이 국회에 입성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37명이며, 국민의힘 소속이 18명이다.
여기에 비례대표 중 국민의미래 2명, 조국혁신당 3명, 개혁신당 1명 등 모두 6명이 당선돼 61명이 금배지를 단다. 20대 국회에서 49명의 법조인이 당선된 것에 비해 12명이 더 많아 역대 최대 규모다. 당선율도 120명 출마해 61명이 당선돼 당선율도 50.8%로 가장 높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1월 발표한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300명 중 46명(15.3%), 제20대 국회에서는 49명(16.3%)이 법조인 출신이었다. 지난 21대 총선에 출마한 법조인 출신 후보자는 117명으로, 당선율은 39.3%였다.
◆여야 법조인 희비 갈려 = 이번 총선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변호한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전원이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변호인이었던 이건태 변호사는 경기 부천병에서 하종대 국민의힘 후보와 겨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또 다른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을 변호한 김기표 변호사도 경기 부천을에 출마해 박성중 국민의힘 후보를 꺾었다.
이건태 변호사와 함께 정 전 실장 변호를 맡았던 김동아 변호사도 서울 서대문갑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 변호사는 현역 우상호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서대문갑에서 청년전략공천을 받아 이용호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었다.
‘대장동 재판’에서 이 대표를 직접 변호한 광주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는 광주 광산갑에서 정희성 진보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꺾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 전반을 관리해온 당 법률위원장 양부남 변호사는 광주 서구을에서 김윤 국민의힘 후보와 강은미 녹색정의당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제치고 무난하게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반면 법조인 출신 중 국민의힘 ‘친윤석열’ 후보는 희비가 엇갈렸다. 윤석열정부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전 검사는 당선됐지만 대통령비서실 전 인사비서관이었던 이원모 전 검사는 경기 용인시갑에서 고배를 마셨다. 또 친윤계로 알려진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도 충북 청주서원에 출마해 낙선했다.
지역구에 44명의 법조인 출신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에서는 무려 84.1%에 이르는 37명을 당선시켰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49명으로 민주당보다 많은 법조인 출신 후보를 내세웠지만 18명(36.7%)을 당선시키는데 그쳤다. 나머지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한 법조인 출신 후보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법조인 맞대결서 민주당 대부분 승리 = 법조인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지역구에서도 대부분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대표적으로 여야 대권 주자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인천 계양을에서는 이 지역 초선 현역 의원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4선 도전을 좌절시키며 재선에 성공했다. 법조인 출신 후보 3명이 맞붙은 서울 종로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곽상언 변호사가 이 지역 현역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과 개혁신당 금태섭 전 의원을 제치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법조인 출신 여성 현역 의원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동갑에서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초선인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내리 4선에 성공했다.
경기 의왕과천에서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소속인 최기식 변호사를 제치고 금배지를 지켜냈다.
지난 총선에 이은 ‘리턴 매치’로 관심이 집중됐던 대전 서구을에서는 이번에도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인 양홍규 변호사를 누르고 내리 4선에 성공했다.
반대로 ‘부산대 로스쿨’ 동문 대결로 관심을 끈 울산 남갑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인 김상욱 변호사가 민주당 후보인 전은수 변호사를 제치고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이와 함께 법조인 출신 현역 의원 34명이 금배지 수성에 성공했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과 경기 하남시갑에 출마한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은 나란히 6선에 성공하면서 법조인 출신 최다선 의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특히 추 전 의원은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만큼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 권성동·권영세·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민주당 정성호 의원 등 5명은 나란히 5선에 성공했고, 민주당 민홍철·박범계·진선미 의원과 이춘석 전 의원,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등 5명은 4선 의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3선에 성공한 법조인 출신 지역구 의원은 민주당 박주민·백혜련·송기헌·안호영·이재정 의원과 이언주·전현희 전 의원,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등 모두 8명이다.
◆비례대표 20명 중 6명 당선 = 이번 총선에서 247명의 비례대표 후보 중 법조인은 총 20명(8.09%)이다. 비례대표 20명 중 6명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다. 법조인 출신 비례대표 후보자가 가장 많은 정당은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25명 중 당선된 박은정·신장식·차규근 변호사 3명 등 6명이 법조인이다.
국민의힘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는 35명 중 4명이 법조인 출신이며, 이들 중 최보윤·조배숙 변호사가 당선됐다. 개혁신당에서는 2명이 법조인이며, 그 중 천하람 변호사 1명이 당선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는 1명(이주희 변호사), 개혁신당 1명(정지현 변호사), 소나무당 2명(노영희·정철승 변호사), 녹색정의당 2명(권영국·김준우 변호사), 자유통일당 2명(석동현·구주와 변호사), 자유민주당 1명(고영주 변호사) 등이 비례대표로 출마했지만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김선일·구본홍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