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연결 컨테이너항로 287개…상하이보다 많아”
인터뷰 :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매년 60여 선사 기항하는 세계적인 허브항만 기능
‘뉴욕·뉴저지PA’는 자동화·디지털전환 협력 요청
부산신항 7부두 개장을 앞두고 만난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부산항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부산항은 코로나 이후 불확실한 세계경제 속에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매년 60여 선사가 287개에 이르는 정기항로 서비스를 위해 부산항을 기항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항보다 연결성이 더 높다.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부두 개장을 앞두고 지난달엔 부산항만공사와 미국 뉴욕·뉴저지항만공사(PANYNJ)가 자매항도 맺었다. 뉴욕뉴저지항만공사가 자동화·디지털 기술협력을 위해 먼저 요청했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9일 부산항만공사 사장실에서 강 사장을 만나 인터뷰하고 5일 부산신항 7부두 개장 이후 한 차례 보완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 뉴욕·뉴저지항만공사와 협약을 맺었다. 어떤 내용인가.
지난달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베쎈 루니 뉴욕·뉴저지항만공사 항만부문 사장과 ‘부산항-뉴욕뉴저지항 자매항’을 맺는 협약을 체결했는데, 항만간 정보 교환, 항만 디지털화와 자동화 등 혁신·우수사례 공유, 항만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을 담았다.
●뉴욕·뉴저지항만공사가 먼저 제안을 했는데, 이유는
부산항과 부산항만공사의 글로벌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1921년 설립된 뉴욕·뉴저지항만공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항만공사다. 2004년 부산항만공사를 설립할 때 거버넌스(협치) 분야에서 우리가 참고한 모범사례였다. 그런 곳에서 자동화·디지털 기술 협력 등을 위해 부산항에 자매항 체결을 먼저 제안해 온 것은 부산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이를 위해 우리 공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준다.
뉴욕항은 1956년 최초로 컨테이너가 선적된 항만이지만 아직 자동화 터미널이 없다. 미국 전체 항만 중 자동화항만은 서부 롱비치항 1곳 뿐이다. 1978년 첫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장한 부산항은 5일 완전 자동화 터미널을 개장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자존심이 강하지만 오래되고 낙후한 항만을 현대화·디지털화하고 싶어해 우리에게 배우기를 원한다.
●부산항은 디지털전환을 위해 전자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데, 효과는
화주 선사 운송사 화물기사 터미널운영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를 통해 화물이 이동한다. 화물 관련 정보도 같이 연계돼야 하니까 항만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플랫폼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부산항만공사는 2019년부터 항만 이해관계자들의 데이터를 연계해 ‘체인포털’이라는 항만물류플랫폼을 만들었다. 개별 터미널에서 제공하는 터미널 양적하 현황, 혼잡도, 컨테이너 위치 등 20여가지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 통합해서 손쉽게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여러 터미널을 운영하는 부산항에서 부두간 환적을 체인포털의 ‘환적운송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면서 대기시간은 50% 줄었고(22.6분→12.1분), 복화율은 12.8%에서 36.6%로 3배 개선됐다. 복화율은 트럭이 동일 터미널에서 하차 작업과 상차 작업을 함께 진행한 비율인데, 트럭 1대로 2대를 운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체인포털은 2023년 세계은행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로테르담, 싱가포르와 함께 항만커뮤니티시스템(PCS) 세계 우수사례로도 소개됐다.
●이용자들도 편리해졌나.
항만물류서비스를 화물차 기사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올컨e’(올커니) 통합모바일앱을 개발했다. 9000여명이 가입해 사용하고 있다. 운영사별로 다른 10여개 이상의 앱을 사용하던 화물기사들이 하나의 앱으로 업무가 가능하게 됐다.
전자인수도증(E-Slip)은 이번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7월에는 부산항 전체에 전면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화물기사와 운송사, 터미널 간의 소통채널 부재로 생겼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컨테이너 사전반출입 지침서 미발행이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트럭기사가 터미널 특정 장소로 이동해 인수도증을 다시 발급받아야 했지만 전자인수도증을 사용하면 ‘올컨e’ 앱으로 처리할 수 있어 터미널 안에서 이동·하차를 줄여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연간 2300만장 정도 발행되는 종이 인수도증 발행비용만 약 4억원에 달하는데 이것도 절약하고, 쓰레기 처리에 따른 환경오염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해외 항만, 배후 단지 등 데이터 연계 확대를 통해 더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비스 대상도 선사 화주 등으로 계속 확대할 것이다.
●플랫폼 개발할 때 이해관계자들에게 데이터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게 쉽지 않은데.
그렇다. 정보제공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터미널운영사 사장단 협의회, 선사 협의체 등을 통해 체인포털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 세계 유수 항만들보다 빨리 항만물류 전자플랫폼(PCS)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체인포털을 이용하는 선사들은 “인센티브 방식의 금전적 보상 방식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항만의 운영효율 개선 성과가 선사와 항만이 모두 상생발전할 수 있는 좋은 방향”이라며 부산항만공사의 항만물류 디지털 플랫폼 구축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나는 선사와 화주들과 만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가 들어와야 항만이 기능하고, 선박은 화주들의 물건을 운송하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이전에는 조금 소홀했던 경향도 있었다.
선사들을 초대하면 ‘항만공사 사장이 왜 오라고 하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우리가 여러 현안을 분석해서 발표도 하고 애로사항도 듣고 하니까 자주 해달라고 해서 지금은 연 2회 정도 모임을 하고 있다. 자연히 협업에 대한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중대사고도 사라지고, 물동량은 늘어나는 것 같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표한 ‘세계 컨테이너항만 서비스 지표’를 보면 부산항의 선석별 생산성이 30위권으로 나오는데
항만의 생산성이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비교하는 지표가 부족하다. 해당 보고서해서 평가하는 것은 안벽크레인 하나가 시간당 얼마나 많은 컨테이너를 하역하느냐 하는 것인데, 항만 전체 생산성이나 경쟁력과 연관성은 약하다. 미국은 크레인당 생산성보다 여러 크레인을 붙여서 빨리 하역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항만 전체는 선박이 항만이 입항해 화물을 싣고 내리는 전체 과정이 얼마나 원활하고 빠른지 여부를 봐야 한다. 안벽크레인이 빨리 화물을 내려도 연관된 야드나 배후도시와 연결이 제대로 안되면 이 과정에 어려움이 생긴다. 앞의 지표에는 오만 살랄라항이 1위인데 덴마크 선사 머스크 환적물량을 단독으로 많이 처리하니까 하역 속도가 빠르다.
부산항은 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마지막 기항지다. 중국 등에서 온 화물을 재포장(소산)해서 다시 최적화하고 선적해 나가야 한다. 여러 화물이 섞여 있고, 복잡한 작업을 처리해야 한다.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의 전체 생산성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 단순히 안벽크레인만 볼 것이 아니라 항만연결성 지수, 디지털까지 포함한 체인포털 등 총괄 경쟁력은 뛰어나다.
●부산항은 이른바 ‘허브항만’을 지향한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여러 항로가 연결되도록 하게다는 것인데, 얼마나 많은 선사와 항로들과 연결돼 있나.
부산항은 전 세계 대부분의 글로벌 선사들이 정기적으로 기항하는 세계적인 허브항만이다. 매년 60여개의 선사가 큰 변동없이 기항하고 있다. 정기 컨테이너 항로의 수는 무역활동과 직접 연관된 결과물이라 보면 되는데,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2019년 268개 정기노선이 연결돼 있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287개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318개 노선)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 상하이항과 선전항이 각각 282개, 257개로 3, 4위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세계 교역량이 줄고 해상물류가 정체되면서 2022년에 2021년 대비 3개 항로가 줄었던 것을 제외하면 최근 계속 증가하고 있다.
●탈탄소·디지털화가 진행 중인 해운산업을 고려할 때 친환경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벙커링서비스도 항만경쟁력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인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세계 신조선의 70%가 친환경 선박으로 발주되고 있고, 글로벌 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선박으로 선대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선박연료 시장도 벙커C유 등 전통 연료는 2030년까지 최대 65%까지 축소한 후 2050년에는 없어지게 된다. 친환경 연료로 급속히 대체되는 흐름이다.
부산항은 지난 2월 최초로 LNG를 공급했다. 해외 선사들의 벙커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 대 선박(STS) 방식의 LNG벙커링 실증도 2회 성공했다. 친환경 선박연료 벙커링 전용부두가 없는 부산항에서는 LNG 벙커링 수요에 대응해 LNG 벙커링과 본선 하역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필수인데, 이를 위한 실증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 LNG를 비롯한 메탄올 암모니아 등 다양한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을 확대해 더 많은 선박이 부산항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