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진해일 피해 최소화, 철저한 준비만이 해법
유희동 기상청장
요즘은 너무나 당연한 서비스인 전화기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우리는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미리 확인하고 받아야 할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버스 도착 알림 서비스는 어떠한가?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는 물론이고 혼잡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어 시간 낭비, 체력 낭비를 하지 않게 됐다. 미리 알림 서비스는 이토록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날씨도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동네예보 중기예보 등을 통해 10일 이내 지역별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예측된 기상 상황에 따라 옷차림을 정하고 우산을 챙기는 등의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날씨를 비롯한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미리 아는 것이 가능할까.
새해 첫날, 지진해일 위험성 실감
아쉽게도 지진은 현재의 과학기술로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얼마나 빨리 지진 발생을 감지해 전달할 수 있느냐가 생명을 지키는 관건이다. 하지만 지진 여파로 발생하는 지진해일은 다르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피해를 줄이는 준비가 가능하다.
흔히 쓰나미로 알려진 지진해일은 지진으로 인해 바다 아래 지각이 수직으로 크게 움직이거나 해저 사태 등으로 바다에 출렁임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화산 분화나 해저 사태 등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지진해일의 약 80%는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원인이다.
기상청은 지진해일 관측을 위해 울릉도의 초음파식 해일파고계와 연안방재관측시스템,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위관측소의 자료를 공동 활용하고 있다.
또 한반도 주변 해역 약 6000개 지점의 단층 정보를 이용해 규모 6.0~9.0까지의 가상지진에 대한 지진해일 시나리오를 구축해 한반도 연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진해일의 도착 시간과 높이 등을 예측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일본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동해안에 1993년 이후 31년 만에 지진해일이 관측됐다. 기상청은 국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지진에 대한 국내 정보공유를 위한 국외지진정보를 발표하고 지진해일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의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을 예측했다.
지진해일은 전반적으로 특보에 미치지 않는 50cm 미만이 관측됐지만 묵호항에는 지진해일에 만조와 항만 진동 등이 더해져 82cm까지 기록됐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피해가 없었으나 지진해일의 위험성을 크게 실감한 새해 첫날이었다.
조기탐지와 예측모델 기술 개발에 총력
이번 동해안 지진해일을 계기로 정부는 기존의 지진해일 대책을 점검하고 진단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대책을 마련했다. 기상청도 소관 기관으로서 예측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와 예측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 지진해일을 근해(~20km)부터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체계 마련, 특보 기준에 미달하는 지진해일 정보라도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파하기 위한 지진해일 정보의 재난문자 추가 발송 등을 보완했다.
향후 일본 서쪽 해역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지진해일 조기탐지와 예측모델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지진해일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유체계가 확립될 것이다.
또한 관련 부처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예측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한 대피기준을 마련해 지진해일에 대한 저감시설의 보강·확충을 통해 국민 안전과 재산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미리 알면 준비할 수 있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기상청의 빠른 탐지와 예측, 관련 부처의 대비, 그리고 여기에 국민의 평상시 관심과 경각심이 더해진다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지진해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고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