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바로알기 ②
온난화로 커지는 지진해일 피해, 계측기 고도화 필요
해수면상승 가속화, 부유물 충돌 등 추가 위험 완화 방안 고민
일시적으로 지하수 수위 높아지는 등 물관리 체계에도 악영향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지진해일 대비·대응체계 개선대책’이 논의됐다. 우리나라가 지진해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동해안 지역에 밀집된 원전 시설과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으로 발생 빈도와 관계없이 자칫 잘못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지하수 수위 변화 등 물관리 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와는 무관한 일로만 여겨온 지진해일에 대해 살펴봤다.
“해일은 단순히 지진 때문에 일어나지는 않아요. 화산 산사태 유성 등에 의해서도 해일이 발생할 수 있죠. 때문에 최근 기후변화로 지진해일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거나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고, 해수면상승으로 해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죠.”
9일 신성원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해일은 해저 지진이나 폭풍 등에 의해 해수면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해수가 육지로 넘쳐 오르는 현상이다. 평소보다 파고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까지 증가해 연안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그에 따라 바닷물이 육지로 올라와 덮게 된다.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지진해일 피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1983년과 1993년에 일본 북서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해일로 인해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게다가 1월 1일에는 일본 이시카와현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해일로 인해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서 지진해일이 관측됐다. 다행히 인명이나 재산피해는 없었지만 지진해일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일깨워줬다.
◆해안 시설에 따라 상대적 위험 달라져 = 15일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동해 남부지역 지진해일 침수범람 위험성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광역시는 해안으로 연결된 태화강 하구를 따라 지진해일이 진입하기 쉬운 구조다. 또한 부산광역시는 경주 등지와 비교했을 때 낮은 해일이 도달할 가능성이 높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많은 해안 시설이 있어 상대적 위험이 클 것으로 판단됐다.
이는 △경상북도 경주시와 울릉군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등지의 범람구역을 대상으로 유한요소법 모형 격자 체계를 구성해 가상 지진시나리오별 지진해일 수치실험을 한 결과다. 유한요소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대상을 유한개로 분할해 각 영역에 대한 계산을 하는 기법이다.
신 교수는 “지진해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컨테이너나 배 집 등이 떠내려 오면서 연안의 항만 시설 등과 부딪혔을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지진해일로 인해 물 위에 떠다니는 잔해들로 인한 추가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지진해일의 원인 중 하나인 허리케인으로 인한 해안 잔해 제거 비용은 미국 전체 재해 복구비용의 약 27%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 해안선 설계 시 처음부터 지진해일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잔해물의 종류 등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과학저널 ‘해안공학(Coastal Engineering)’에 실린 ‘쓰나미와 같은 파도로 인해 발생한 잔해물 이동에 관한 실험적 연구: 불균일한 밀도군 및 장애물에 대한 적용’ 논문에 따르면, 잔해물의 밀도에 따라 기존 구조물 등과 충돌할 확률이 더 높았다.
밀도가 낮은 잔해물(목재)이 있는 경우는 밀도가 높은 잔해물(폴리에틸렌 조각)만 있는 경우에 비해 장애물과 충돌할 확률이 30% 더 커졌다. 하지만 잔해물 종류가 혼합된 경우에는 밀도가 낮은 잔해일수록 충돌 확률이 낮았고 반사파와 다양한 파편 간의 상호작용은 충돌 확률에 영향을 미쳤다.
◆지하수유출과 해수침투 동시 발생 = 지진해일은 물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환경연구센터는 1월 1일 발생한 일본 강진(규모 7.6) 이후 국내 지하수 관측정 세 곳(문경 강릉 양구)에서 지하수 수위 변화를 관측했다. 동해 묵호 등에 도달한 지진해일이 우리나라 국내 지하수 수위 변동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에 의해 지하수가 있는 대수층 주변의 암석들에 압력이 가해지고 대수층에 압축과 팽창이 발생해 지하수 수위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게 된다.
9일 이수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1월 1일 지진해일로 인한 지하수위 변화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관측됐다”며 “이는 단발성이긴 하지만 해안대수층에 영향을 미쳐 농업용지 등에 바닷물이 들어가 염분 피해 등 수질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해일에 의해 해수 침투가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가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해수 자체는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염분은 갈라진 틈이나 모래 등에 잔류하기 때문에 잔류 염분이 희석될 때까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또 “강원도나 동해 등지는 석회암 지대가 있어 지층 내에 빈 공간(공동)이 많은데, 지진해일로 인한 에너지가 계속 밀려들어오면 지하수 측면에서는 기존에 있는 대수층에 추가적으로 새로운 파(에너지)가 들어오는 것”이라며 “지하수유출과 해수침투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측 모델 정교화 필수, 자체 개발 없어 = 지진해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측과 예측 모델 정교화가 필수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개발한 지진해일 예측 모델을 활용 중이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델은 없다.
신 교수는 “지진해일 주기는 어떤 파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파도가 반복되는 주기가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은 된다”며 “그런데 현 체제에서는 파도를 재는 주기는 굉장히 짧고, 그런 파도의 높이를 재는 거라 지진해일을 제대로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9일 기상청은 “지진해일을 감지할 수 있는 기기가 26개 특보구역별로 1개씩은 있다고 보면 된다”며 “기상청의 지진해일 계측기는 3대이지만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위계 등을 함께 활용하고 있어서 49개가 관측에 쓰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조위계는 지진해일 관측만을 위한 기기는 아니다. 조석현상 파악이 주요 목적으로 해수면 높이를 관측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