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필요한 윤 대통령의 진심
윤, 비공개 국무회의서 “죄송하다” 사과
‘여의도 문법’ 거부한 채 여소야대 돌파?
중요 현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발언이 추후 대통령실의 ‘통역’을 거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문이 쌓여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알렸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두고 “당의 선거 운동이 평가받은 것이지만 한편으론 국정 운영이 국민의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식이) 매를 맞으면서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지 반성한다면 어머니가 주시는 ‘사랑의 회초리’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어떻게 잘할지가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며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두가 다 열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실의 설명은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 당시와는 상반된 기류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성과를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자신의 노력들이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 충분치 못했다는 데서 총선 패배의 원인을 찾았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이후 대통령실 설명의 결이 달라 국민을 갸우뚱하게 한 것은 이달 1일 ‘의대증원’ 관련 대국민담화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의대증원 규모 확정 과정의 엄정성과 정당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후 대통령실은 2000명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더 이상의 추가적 대안을 내놓지도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직접 말하기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능력에 문제가 생겼을 리는 없다”며 “총선참패에 대한 그의 인식이 대통령실의 설명과 다를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총선결과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3년간의 여소야대 지형 극복을 위해 그가 어떤 카드를 쓸지와도 연결될 전망이다.
정무적 결단,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했던 과거 대통령들의 전례가 있지만 평소 ‘여의도 문법’에 거부감을 표해 온 윤 대통령이 앞으로도 그간 보여온 ‘강공 돌파’를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총선에서 민정당이 참패하자 이른바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과 이른바 ‘3당 합당’을 통해 의회 과반을 확보했다.
2000년 4.13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맞이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영수회담을 공개제의하는가 하면 야당인 신한국당 내 구 민정계 의원들을 설득, 국민회의에 입당시켜 결국 의회지형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