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술판회유’ 진실공방 왜?
이화영 ‘술판회유’ 주장에 검찰, 교도관·변호사 전수조사 후 반박
이 변호인 18일 재반박 … CCTV 등 증거보다 진술에 의존 '논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판에서 ‘검찰청 술판회유’ 증언을 하면서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은 물론 당시 계호 교도관 전원과 입회 변호사 등을 전수조사한 검찰의 발표도 모두 진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진술이 진실인지 확인해줄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면 될 것 아닌가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또한 검찰청 내 CCTV 자료 보관기간이 30일을 넘길 수 없는 규정 때문에 확인 불가능하다.
17일 검찰 측의 반박 이후 이 전 부지사 측이 18일 재반박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진실공방은 지난 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술판 진술 조작’ 주장에서 출발한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변호인 측 피고인 신문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등의 회유로 진술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1315호)라고 쓰여 있는 방에 (김성태 등과) 모였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심지어 술도 한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언급한 ‘쌍방울이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를 북한에 대납한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 전에 있었던 회유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회장과 단둘이 있을 때 “이재명 버려야 네가 산다. 이 수사는 이재명을 잡기 위한 수사다. 이재명은 이미 끝났다. 평생감옥에 살 수 있다”고 김 전 회장이 회유했다고 진술했다.
또 검찰의 회유 과정에 대해서도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이 주범되지 않으면 당신이 주범된다.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하면 종범, 하범이 돼서 처벌받지도 않을 거고, 약하게 받을 거다’고 했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5월 19일 민주당 법률위원회 소속 변호인 참여하에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며, 그해 6월 대북 송금과 관련해 민주당 대표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관여 사실에 대해 진술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와 관련한 자신의 진술이 ‘검찰과 쌍방울의 회유와 압박 때문에 이뤄진 거짓 진술’이라고 번복했다.
그런데 법정 진술 과정에서 술을 먹었던 부분에 대해 검사의 추가 증인신문이 이어지며 논란이 증폭됐다.
검사가 어떤 술을 어떻게 마셨느냐고 묻자 “소주를 하얀 종이컵에 따라 나눠 먹었다. 김성태가 연어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 갖다 놓고, 굉장히 성찬이었다. 구치소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회덮밥도 먹었다”며 “쌍방울에서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은 17일 “이화영의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 조사를 받은 김성태·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화영이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관계자들이 가져온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다.
이어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조차도 반입한 사실이 일절 없으며, 음주 장소로 언급된 사무실(1315호)은 식사 장소로 사용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오늘(17일) 음주 일시로 새롭게 주장된 2023년 6월 30일에는 검사실이 아닌 별도 건물인 구치감에서 식사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소속 포함) 상대로 확인한 결과 음주나 진술 조작 사실이 없었다고 명확히 진술했다”며 “이화영이 주장하는 시기(2023년 5~7월) 계호 교도관 전원(38명)에게 전수조사한 결과 밀착 계호하는 상황에서 음주는 불가능하며 이를 목격한 적도 없고 외부인이 가져온 식사를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CCTV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청사 방호 용도로 복도에만 설치돼 복도 이동 상황만 녹화되며 사무실에는 설치되지 않는다”며 “녹화 보존기간은 30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18일 언론에 밝힌 10쪽 분량의 ‘수원지검 반박에 대한 이화영 변호인의 입장’에서 이번에는 자신이 회유당한 장소로 검사 휴게실을 추가 지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김성태 등을 통한 회유·압박은 주로 3곳에서 이뤄졌다”며 “1313호실(검사실) 앞 창고, 1313호실과 연결되는 진술녹화실(이하 진술녹화실), 1313호실과 연결되는 검사 개인 휴게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창고’에는 교도관이 들어와 감독했지만 ‘진술녹화실’과 ‘검사 휴게실’에는 교도관이 들어오지 못했다”며 “검사가 휴게실에 이화영과 김성태 등만 남겨 놓고 이화영을 회유·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에 대해 교도관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와 같은 사정을 소상히 아는 수원지검이 교도관을 확인하고 음주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교도관 출정 일지 등을 통해 확인했다지만, 일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식사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진술녹화실에 있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확인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알려지자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18일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 등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김선일·서원호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