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차기 총리 ‘웡’ 미래, 밝지만은 않다
51년 리콴유 가문 시대 막내려
경제성과 이어가기 어려운 여건
싱가포르의 리센룽 총리가 약 20년간의 집권을 마치고 다음 달 사임할 예정이다. 무려 51년간 집권했던 리콴유 가문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후임 지도자는 로렌스 웡(51)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다. 웡 부총리는 집권 인민행동당(PAP)의 오랜 승계 계획의 일환으로 2022년 후계자로 지명됐다.
리 총리는 70세가 되는 2022년에 물러나겠다고 과거 여러 차례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퇴임을 미뤄왔다. 그러다 그는 지난 15일 “다음 달 15일 후계자로 이미 낙점된 로런스 웡 부총리에게 총리직을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줄곧 현 여당인 인민행동당이 집권하고 있다. 총리는 사실상 인민행동당 지도부가 결정한다. 리 총리는 2018년 당내에 이른바 ‘4세대’ 정치인을 대거 내각에 배치해 공개적인 후계자 선발에 나섰다. 당시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했던 헹 스위 킷 부총리가 2021년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후계구도가 요동쳤고, 이후 웡 당시 재무장관이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웡의 미래가 밝지 만은 않다. 무엇보다 이제까지의 싱가포르의 경제성과를 이어가기에는 국제적 여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는 싱가포르의 섬세한 지정학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 중계지인 싱가포르는 동서양의 중립을 유지하면서 아시아의 주요 금융 허브 중 하나로 발전했다. 그러나 개방경제는 거시경제적 문제와 미-중 경쟁에 취약성을 노출했다.
웡은 지난해 워싱턴-베이징 균열이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며,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 지역의 “가장 위험한 발화점”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생활비, 특히 주택 비용이 상승하는 어려운 국내 환경에 직면해 있다.
FT는 싱가포르인이자 미시간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인 린다 림을 인용해 “웡은 싱가포르가 경제 모델을 포함해 많은 새로운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다”며 “이것은 그가 지금까지 국가의 정치 체제를 특징지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참여 민주주의와 포용적인 경제, 그리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러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이자 컨설팅 회사 센테니얼 아시아 어드바이저스의 CEO인 마누 바스카란은 ‘잘 짜여진’ 승계에 따른 또 다른 질문은 조기 총선이 있을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25년 11월까지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빠르면 올해 9월에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웡은 다양한 지정학적 과제에 맞서야 할 뿐만 아니라 두바이와 같은 경쟁 상대의 부상과 고비용 구조를 고려하며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바스카란은 덧붙였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