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학장들 “휴학 승인 불가피”
KAMC “학생 피해 최소화 위해” … 교육부, 집단행동 참여 강요 수사 의뢰
정부가 집단휴학을 막고 있지만 의대 학장들이 현 사태가 계속되면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학장·학원장 회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포함한 대정부 호소문을 21일 발표했다.
KAMC는 호소문에서 “협회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의대 학사 일정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지만, 반복되는 개강 연기와 휴강으로 4월 말이면 법정 수업 일수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면서 “교육부는 휴학계 승인을 불허하고 있지만 현 사태가 지속된다면 학장들은 집단 유급과 등록금 손실 등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은 동결하고, 2026학년도 이후 입학 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가 “내년도에 한해 각 대학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의대 정원을 정할 수 있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가 의료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교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KAMC는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유급은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의 붕괴와 회복 불가능한 교육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의대생 57% 휴학 신청 = 교육부에 따르면 19~20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개교에서 3명이 유효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10개 대학이다.
유효 휴학 신청은 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다. 누적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이로써 1만626건이 됐다. 이는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56.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면서 2월 중순부터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고 있다.
교육부는 휴학 형식 요건을 갖췄더라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어서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수업 거부로 개강도 어려워 =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주 개강이 예정돼 있던 의대 가운데 절반이 계획대로 개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각 대학에 따르면 15일 개강이 예정돼 있던 의대 16개교 중 8개교만 예정대로 개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교육부는 15일 기점으로 16개교가 개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들보다 먼저 개강한 16개교에 더해 지난주 총 32개 의대가 정상적으로 수업하게 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전체 40개 의대 중 80%가 수업을 운영하게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실제 지난주 개강한 대학은 8개교에 그쳤다. 현재 수업을 운영 중인 대학은 24개교로, 전체 40개 의대의 60% 수준에 머물게 됐다.
당초 교육부에 15일 개강하겠다고 밝힌 가톨릭관동대는 22일로 개강을 일주일 미뤘다. 건국대 건양대 성균관대 원광대 전남대 조선대 등 6개교는 개강을 29일로 2주 연기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는 15일이었던 개강을 연기했으나 개강 시점을 다시 잡지 못했다.
각 대학에 따르면 개강해봤자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개강한 의대에서도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탓에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대학들은 파악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개강 연기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초 22일 개강이었던 5개 대학 중에선 고신대가 29일로 개강을 일주일 미룬 상태다. 강원대 을지대 차의과대는 예정대로 개강하고 아주대는 개강 시점을 비공개한다는 입장이다.
개강했는데도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의대들이 계속해서 개강을 늦출 순 없다. 교육계에선 마지노선을 4월 말로 보고 있지만 학생들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내년도 신입생 선발 규모 축소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동맹휴학을 주도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 “학습권 보호” = 한편 교육부는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된 의대생 집단행동 참여 강요 사례에 대해 지난 18일 경찰에 공식 수사의뢰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신고 내용을 보면 수도권 소재 한 의대의 ‘학생 TF’는 소속 학생들에게 ‘수업 재개와 관계없이 단체 수업 거부를 지속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단체행동 서약에 반해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전 학년에 공개적으로 대면 사과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른바 ‘족보’로 불리는 학습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해당 의대 TF는 대면 강의, 임상실습뿐 아니라 온라인 수업도 출결 현황을 인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학생들이 의대 학사 운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결단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하루속히 학교로 돌아와 의대 교육·정책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함께 대화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