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사직’…정부 ‘후퇴없다’
“사직서 제출 후 1개월 경과”
의료개혁특위 출범후 첫회의
환자 “정부·의료계, 반인륜적”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지난달 25일 사표를 제출했던 의대교수들이 순차적으로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반면 정부는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들은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을 시작한다.
의대교수들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지 1개월이 지난 이날부터 민법상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전국 20여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3일 온라인 총회 후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서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며 “비대위 수뇌부 4명은 5월 1일부터 실질적으로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진료와 수술 예약 상황을 고려해 25일부터 사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대교수들은 당장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주 1회 휴진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30일 하루 진료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또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30일 하루 자율적으로 휴진하기로 했다.
가톨릭의대 교수들도 일주일에 하루 휴진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성균관의대 비대위는 교수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휴진일을 정하라는 내용을 담은 적정 근무 권고안을 배포했다.
이른바 서울 소재 ‘빅5’ 병원 외에도 전국 곳곳의 수련병원들도 잇달 주1회 휴진을 선언하고 있다.
응급·중증·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당장 사직이 어려운 교수들은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교수들의 사직을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유감을 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절차와 형식, 내용을 갖춰서 정당하게 (교육) 당국에 제출된 사직서는 많지 않고, 이를 수리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나는 사표를 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라고 할 무책임한 교수님이 현실에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대교수 일부는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부터 사직을 예고한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사직서는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정부가 우리의 진정성을 못 믿겠다고 하니 사직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사직 효력이 문제가 된다면 법원에 가서 다퉈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5일 오전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었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위에는 6개 부처 정부위원,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으로는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10명, 수요자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참여한다.
다만 의료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특위의 정상 운영에 의문도 제기된다.
한편 환자단체 등은 교수들에게 현장에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상급종합병원이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를 멈추는 것은 암환자들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투병 의지를 꺾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 교수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암환자와 그 가족들은 탈진 상태로 무력감에 지쳐있다”면서 “환자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정부와 의료계가 강요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5일부터 발효되는 사직 효력으로 인해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현장에 남아 달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