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지원 전국확산 준비
‘돌봄 쓰나미’ 대비 통합돌봄 구축 시급
지자체 중심, 서비스 자원-연계 기반 확충 서둘러야 … “다양한 직역 협력 중요”
우리나라 노인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고령사회에 대한 대응 또한 신속하고도 전폭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는 일부 지자체와 더불어 의료 요양 복지 등 서비스를 이용자 주민이 살던 곳에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통합돌봄 지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돼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사업에 자체 동력도 생겼다. 통합돌봄의 추진 중심에는 시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밝힌다. 법률 또한 그 방향성을 담았다. 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의 장들은 통합돌봄 지원체계를 갖추고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전국 300여명의 전문가와 복지부·지자체 돌봄담당 공무원들이 모여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뜻을 모았다. 그 내용을 공유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1000만명을 곧 돌파할 예정이다. 2024년 치매노인 100만명, 독거노인 200만명, 85세이상 노인 102만명 등도 우리 국민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인구지표다. 이에 이전과 다른 인구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유애정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26일 “앞으로 밀려올 ‘돌봄 쓰나미’를 미리 대응하기 위한 통합돌봄체계 전국 확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석배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추진단장은 “앞으로 6년 후 인구 4명 중 1명이, 16년 후쯤에는 3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돌봄의 책임은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돌봄서비스 체계를 지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특화 돌봄모형 확산 필요 = 지난해 7월부터 복지부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12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26일 광주광역시 서구와 경상북도 의성군이 사례 발표를 했다.
광주 서구는 인구 28만3552명 중 노인이 4만9870명(17.2%)다. 보건복지비는 연 4199억원 규모다.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하고 구청 내 통합돌봄추진단을 설치했다. 2020년 75세 이상자에게 예방 차원에서 의무 방문했다. 통합돌봄 조례도 만들었다. 2021년 AI지능형 통합돌봄케어모델 구축하고 부구청장 직속으로 스마트통합돌봄담당관을 뒀다. 2022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택의료센터’를 열고 방문의료를 활성화했다. 전국 유일의 고령자 스마트케어 서비스 등 안부확인부터 응급상황 대응까지 24시간 AI를 지키는 돌봄안전망을 갖췄다.
서구청의 통합지원서비스는 직접 22종 연계 15종 등 37종이다. 체계적인 사례관리를 위해 전담사례관리사를 배치하고 매일 사례 회의를 통해 집중 관리를 한다.
광주서구청의 두드려진 부분은 부구청장 직속 전담부서에 복지 간호 행정 전산직 전담 공무원 20명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일해온 돌봄담당 직원들의 노력과 복지직-간호직 인사교류로 상호 협력을 높인 점”을 강조했다.
경북 의성군은 서울시 면적의 2배이지만 인구는 지난해 말 5만86명에 평균연령이 58.9세,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45% 정도된다. 1인노인가구는 8529명에 이른다.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높은 노인인구 비중과 적은 의료자원 탓에 지역에서의 수준있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의성군은 2020년 7월 보건지소와 읍면 복지팀을 통합해 주민 중심의 전달체계로 개편했다. 의성형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갖추고 건강증진·복지 프로그램, 통합사례관리, 방문보건, 사각지대 발굴과 상담을 추진했다. 2023년 7월부터 의료돌봄통합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형 지원모형을 세우고 있다. 특히 주민 주도적 ‘민-민 상시돌봄생활화’를 강조한다. 부족한 보건복지분야 기관과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실질적 돌봄공동체를 만들기에 힘썼다. 이웃-마을돌보미와 재능기부 행복기동대, 자원봉사센터 등 참여로 기존 자원에서 소외된 사각지대를 돌본다.
김주수 의성 군수는 “인구 감소와 초고령 등 지방소멸 위험 속에서 의성형 보건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민관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서비스 연계와 부족한 건 보완 = 두 지자체 외 광주 북구는 영구임대주택단지 돌봄안정망 구축, 전주시는 건강안전돌봄망 활성화, 천안시는 지방의료원의 지역의료지원기능 강화, 김해시는 의료-돌봄연계 치매돌봄마을 조성, 대전 유성구는 3세대 교류형 돌봄마을 조성, 안산시는 케어안심주택 거점 온마을돌봄 구축, 대전 대덕구는 사회복지관 거점의 예방적 돌봄 운영, 여수시는 ‘섬복지’ 의료-돌봄연계 활성화, 부천시는 보건소 통합건강돌봄센터 운영, 진천군은 돌봄스테이션 기반 퇴원환자지원 강화 등 특화모델을 운영 중이다.
이들 운영 모델의 안착을 위해 유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본청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건보공단 지사담당자 추가인력 확보 △지자체별 특성을 고려한 전달체계 운영방안 모색 △통합지원 계획 수립과 통합지원회의 노하우 축적 △맞춤형 서비스 제공체계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되는 2026년 3월 이후 전국 229개 지자체서 작동할 의료돌봄 통합지원 운영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 센터장에 따르면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217개 지자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정부의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는 25곳(15.0%)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시범사업을 한다고 정도만 알고 있었다. 앞으로 통합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할 관심이 있거나 하고 싶은 곳은 101곳(60.5%)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홍보활동이 더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통합지원 추진에 응답자의 28.4%가 별도 예산지원을 가장 희망했다.
통합돌봄 지원체계의 전국 확산을 위해 △법과 제도적 기반의 신속한 확충과 홍보 필요 △자체 추진 지자체를 위한 운영지원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교육과정 확대와 복지부-건보공단-전문가그룹을 통한 교육과 컨설팅 확대 △지역단위 통합돌봄 지원 정보연계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된다.
◆지역돌봄에 읍면동-보건소 기능 개선 = 의료돌봄 연계 사업을 추진하는데 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찾기가 어렵다는 현장의 지적이 많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일차의료가 약한 결과”라며 “동네의원은 많지만 주치의가 없어 통합돌봄 대상자의 의료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며 조정해 주는 의원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앞으로 250개까지 확대될 예정인데 이 교수는 “전국적 변화를 위해 센터 외에도 일본의 단골의사 제도와 같은 건강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일차의료 주치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통합돌봄체계를 고도화 혹은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제안도 나왔다.
윤주영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간호직 공무원이 전국에 3500명 배치돼 있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통합돌봄체계 마련을 위한 핵심전력인력”이라며 “지역사회 돌봄 관점에서 읍면동 기능을 고려해 이들의 역할과 기능 설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보건소의 예방적 건강돌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쇠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간호 운동 영양 전문인력이 함께 개입된 확장된 사업기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