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까지 의대증원 승인말라”
집행정지 항고심 재판부, 근거 제출 요구 … 대학 '1550명안팎 증원' 제출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결정을 한 근거를 법원이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나서면서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증원분을 배정받은 각 대학들이 모집 인원을 모두 확정함에 따라 2일 오후 그 결과를 발표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달 30일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경우 대학 총장이 (법적으로) 다툼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그렇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할 때 다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조금 의문이 든다”며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부에서 한다고 일사천리로 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측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와 근거들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집행정지 항고심에 대한 결론은 5월 중순쯤 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납득 가능 자료 준비” … ‘반전 기회’ = 이에 따라 정부는 법원에 자료를 제출할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는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보고서는 각종 논란 속에서 정부가 수차례 정책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었다. 세 보고서의 결론이 2000명 증원은 아니지만 2035년에 의사 수가 약 1만명 부족하다는 추계가 공통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동안 정부는 이를 토대로 매년 2000명씩 5년간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사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주장해 왔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충실히 준비해 기한 내에 제출하겠다”며 “지금 어떤 자료를 제출할지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들은 반전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의료 수요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의사 업무량 등 변수가 다양한 만큼 세 보고서의 의사 수 추계가 불완전하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증원 절차 예정대로 진행 = 대교협은 각 대학이 의대 모집 인원을 포함해 제출한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에 대한 심의에 착수해 이달 말까지 대학에 통보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며 “어제까지 이번에 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의대가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결정해 대교협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까지 변경 사항을 제출하지 않았던 전남대와 차의과대가 이날 모집인원을 확정한 것이다.
전남대는 기존 125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에서 38명 늘린 163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당초 증원 규모는 75명이었으나, 그 절반을 줄여 뽑기로 했다. 9개 지방 거점 국립대는 모두 기존에 발표된 증원분의 50%가량을 줄여 모집하기로 했다.
반면 사립대는 대부분 증원분을 100% 모집하거나 10~20명 소폭 줄이기로 했다. 증원 규모를 공개한 단국대의 경우 80명 증원분의 절반인 40명만 더 모집한다.
성균관대와 울산대는 증원분(80명)에서 10명씩 적게 선발하고, 역시 80명 증원을 배정받은 아주대도 10명을 줄여 모집한다. 영남대는 증원분(44명)을 20명 줄여 모집한다.
여기에 학교측에서 정확한 증원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순천향대, 단국대, 건양대, 차의과대 모두 증원분을 100% 선발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은 1550명 안팎이다.
대교협은 2일 오후 모집인원 취합 결과를 공개한다.
대교협은 이달 말까지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에 대해 심의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