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도 텐트시위 확산…최소 6개대
“이스라엘과 관계 끊어라”
“반유대.반이슬람 모두 안돼”
미국에 이어 영국 대학가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허용되지만, 반(反)유대주의 행위는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에 따르면 잉글랜드 셰필드, 브리스틀, 리즈, 뉴캐슬 지역의 최소 6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집회나 행진을 벌였거나 천막 농성 중이다. 잉글랜드 중부 코번트리에 있는 워릭대에서는 1주일 넘게 천막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셰필드 내 여러 대학 교직원과 학생, 동문으로 구성된 ‘팔레스타인을 위한 셰필드 캠퍼스 연합’은 1일 셰필드대 캠퍼스에 있는 학생 조합 건물 앞에 텐트를 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맨체스터대에서는 학생 100여 명이 캠퍼스에 들어선 텐트에서 밤을 보냈으며 브리스톨대 캠퍼스에도 농성 텐트가 들어섰다. 런던 골드스미스대에서는 친팔레스타인 학생 단체가 도서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 대학 시위 주최 측은 앞서 여러 차례 시위와 공개서한, 학생 조합을 통한 건의 등으로 대학 측에 지속해서 요구한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텐트를 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는 기업과 협력 관계를 끊고 이스라엘 대학과 관계를 단절하며 비윤리적 연구 활동을 중단하라고 대학 측에 요구하고 있다.
뉴캐슬에서 텐트 시위에 참여 중인 한 학생은 BBC에 영국 학생들이 미국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미국에 비하면 우리 캠퍼스에서는 어느 정도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트앵글리아대(UEA)의 데이비드 맥과이어 부총장은 영국 캠퍼스의 시위가 전반적으로 평화롭지만, 미국처럼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총리의 대변인은 2일 “우리 대학들이 개방성과 관용, 다양성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반유대주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은 앞서 모든 대학에 학내 반유대주의 폭력행위를 단속하도록 요청했다. 집권 보수당 소속 마이클 엘리스 하원의원은 이날 하원에서 대학 내 반유대주의에 대한 토론을 제안하면서 “영국 대학에서 (미국 대학과 같은) 테러 지지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는 “일부 미국 대학에서 벌어진 역겨운 광경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은 옳다”며 “영국 캠퍼스 시위가 그와 비슷해진다면 극히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영국 법률 및 인권국장 톰 서더든은 “영국 당국은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목격한 위험한 단속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142개 기관을 대표하는 영국 대학교연합(Universities UK)은 “우리 회원 대학의 우선순위는 우리 캠퍼스가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위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증오 범죄, 반유대주의, 이슬람 혐오, 불관용을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