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막판 돌발변수 등장
정책 근거 들여다 보겠다는 재판부
맞춤 소명 자료 준비에 매달린 정부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며 의대생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가 정부 정책의 근거 자료를 요구하면서 막판에 ‘사법 변수’가 불거졌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사실상 의대 증원 정책의 성패가 달려있는 만큼 정부는 물론 의대생측도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정부법무공단은 2일 의대 증원 효력을 중단시켜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에 “아직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금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정부법무공단은 “대교협은 각 대학이 제출한 의대 모집인원 변경 사항을 정리해 보도참고자료 형태로 배포했다”며 “이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확정의 의미가 아니고 모집인원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정은 법령상 절차에 따라 대교협의 심의를 거쳐 이달 말께 이뤄질 예정으로, 이 사건 재판부의 결정시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사활걸린 법정 공방 예상 = 이날 참고자료 제출은 재판부가 지난달 30일 열린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정부측에 “늦어도 내달 중순 이전에는 결정할 테니 그전에는 (증원) 최종 승인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재판부에 “정부 측이 재판부를 기망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수많은 기자들이 대교협의 보도자료 취지를 취재하고 ‘2025학년 의대증원 규모 확정’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국민을 속이고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1심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은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고, 의대생 등은 불복해 항고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증원 근거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이달 중순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재판부가 요구한 시한인 10일까지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증원의 필요성을 충실히 소명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이를 검토한 뒤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하면 대교협은 이달 말까지 의대들의 내년도 모집 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고, 각 대학에 통보한다. 대학은 이를 반영해 이달 말까지 수시모집요강 등을 발표하는 절차를 밟는다.
반면 재판부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부의 2000명 증원 절차가 당분간 정지되기 때문이다. 각 의대는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기까지 기존 모집인원을 유지해야 한다.
의료계 반발이 워낙 큰데다 추진 동력이 반감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2025학년도 정원 1509명 증가 = 한편 교육부와 대교협은 최근 의대 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대학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애초 정부가 발표한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줄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31개 대학이 전날까지 대교협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변경안을 반영한 ‘대입 전형 시행 계획 변경안’을 제출한 것을 계산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전국 40개 의과대학 가운데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제외한 39개 대학의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모두 4487명이다.
차의과학대학은 정원이 40명 늘어났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변경안을 제출할 필요가 없어 5월 중 증원 규모를 정할 예정이라 증원 규모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거점 국립대 9곳은 증원분의 50%씩을 줄였다. 경북대(45명 증원), 경상국립대(62명), 충남대(45명), 충북대(76명), 전북대(29명), 부산대(38명), 강원대(42명), 제주대(30명), 전남대(38명) 등이다.
의대 증원 규모가 크지 않은 사립대 21곳 상당수는 증원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울산대가 증원분에서 10명을 줄여 70명, 성균관대가 10명을 줄여 70명, 아주대가 10명을 줄여 70명, 영남대가 20명을 줄여 24명, 단국대가 40명을 줄여 40명으로 결정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당초 예상보다 총 모집인원이 줄었지만 올해 입시에서도 ‘의대 열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한다.
2024학년도 정원(차의과대 제외 39개 의대 기준 3018명)과 비교하면 48.7%(1469명)나 증가했다. 또 재수생뿐 아니라 상위권 이공계 대학 재학생, 직장인까지 의대 진학을 위해 입시학원을 찾는 경우가 있는만큼 ‘N수생’이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