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유급 현실화에 8월 개강 검토
교육부, 40개 의대에 유급방지안 요청 … 학년제 전환, 유급 특례 등 논의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각 대학에 학사운영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각 대학은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해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1년치 수업을 몰아서 진행하거나 학칙에 특례규정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안팎에서 상반기 정상 수업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일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의 검토를 거쳐 학사운영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탄력적 학사운영 추진 계획 △예과 1학년 학사운영 관련 조치계획 △임상실습 수업 운영 관련 조치계획 △집단행동 강요 관련 상황 점검·대응 등으로 나눠 의대생들의 수업 출석현황과 유급 방지 대책 등을 내도록 했다.
그러면서 학사운영 방안의 예시로 유급 절차·시기·기준 등을 재검토하거나 ‘학기제’ 수업을 ‘학년제’로 바꾸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수업, 사실상 포기 = 고등교육법은 시행령은 대학이 매 학년도 ‘2학기 이상’ 학기를 운영하고,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 확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통상 학기당 15주씩 연간 2학기 수업을 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이 학칙에 따라 1학기 수업을 8월 말까지 마치려면 여름방학을 없애더라도 5월 중하순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학칙을 바꿔 학년제로 전환하면 내년 2월 말까지 30주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이 경우, 수업 시작 시점을 최대 8월 초중순까지로 미룰 수 있다. 특히 수업의 1/3 또는 1/4 이상 결석하면 유급시킨다는 규정에 따라 유급 시작 시점은 8월 말이 된다. 또 고등교육법상 “학칙에 따라 (30주 수업을) 2주 내에서 감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활용할 경우 수업 재개 및 유급 시점을 더 미룰 수 있다.
지난 2일 교육부의 의대 운영대학 교무처장·의대 학장 화상회의에서는 대학별로 학칙에 유급 관련 특례를 만들어 ‘유급 데드라인’을 미루거나, 교양 수업에서 의대생 분반을 따로 편성하고 추후 시험을 치르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유급할 경우 내년 신규 의사 배출이 불가능해지고, 내년도에 총 7500여명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유급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1년치 강의와 시험을 단기간에 소화하려면 학생과 교수 모두 부담이 크고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일부에서는 교육의 질을 우려해 “차라리 휴학을 허용하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타 전공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적인 부분에서 최대한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름까지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수사’ 압박에도 학생들 요지부동 = 한편 내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이 발표됐고, 개강하는 의대도 늘어났지만 의대생들은 여전히 동맹휴학에 참여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수업 불참을 강요한 혐의로 한양대 의대생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압박에 나섰지만 학생들은 요지부동이다.
각 대학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35개교가 개강을 했다.
이들 대학 대부분은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원격 수업이 아니어서 의대생들의 출석률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들 대학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일부 의대는 대면 실습수업을 재개했으나 의대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고려대와 가톨릭대, 경희대, 중앙대, 건국대 의대는 대면 강의를 하지 않고 온라인 강의만 진행 중이다. 한양대 의대도 강의 형식을 교수들 재량에 맡긴 후 온라인 강의 등을 병행 중이다. 정해진 기간 내 온라인 강의만 들으면 출석이 인정되기에 추후 돌아올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성균관대, 울산대, 건양대, 조선대, 인하대 등은 개강을 준비하다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개강 날짜를 연기했다.
실제로 8차례나 개강을 미룬 성균관대는 의대 재학생 263명 중 217명이 휴학계를 제출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