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의대 정원 증원안 부결
교무회의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다른 대학으로 확산 여부 관심
부산대가 의과대학 정원 배정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재심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학에서 처음으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된 것이라 나머지 대학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대는 7일 오후 대학본부에서 열린 교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내용으로 한 ‘부산대 학칙 일부 개정 규정안’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교무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단과대학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부산대는 대학이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개별 대학이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 국가 공동체의 책임 있는 주체들이 하루 속히 만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무위원들은 의대생 집단 유급 위기, 전공의 부재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학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교무회의는 심의기구라 법적 구속력이나 결정권이 없지만 부산대의 경우 의대 증원 여부를 교무회의 심의로 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교무회의가 진행되기 전 의과대학생들과 교수들은 대학본부 1층과 회의가 열리는 6층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 3일에는 부산대 교수회가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회를 열어 해당 개정안에 대해 심의하고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리는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회는 학칙 개정에 대한 강제력을 가지지 않는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의대 학생 정원은 대학의 장이 학칙으로 정할 때,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면서 “부산대의 학칙 개정이 최종 무산됐다면, 교육부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게 되면 학생 모집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를 통해 부산대 의대에 75명 증원분을 배정했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의 의대 정원을 200명까지 늘리겠다는 원칙에 따른 조처였다. 하지만 지난달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을 최대 50%까지 자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부산대는 기존 125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내년도에만 38명 늘어난 163명으로 정했다.
한편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의대생 등은 의대 정원 증원 방안과 배분 결정 근거 자료에 대해 정부가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 5명을 고발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