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근거 놓고 의정 갈등 고조
의대 교수 “2000명 근거 부실”
정부 “위원 23명 중 19명 찬성”
이번 주 중 법원이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의 효력 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증원 규모 근거가 의정 갈등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고, 법정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위원 대다수가 증원에 찬성했다고 강조한다. 반면 의대 교수 등 의료계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사단체와 보건복지부는 전날 2000명 증원 근거와 관련해 각자 기자회견과 브리핑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13일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와 관련해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수천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고,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됐다”며 “도대체 어디서 나온 객관적 숫자입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보정심 회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보정심 회의는 2000명 증원 결정을 통보하기 위한 것이었지, 의대 정원이 몇 명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회의는 전혀 아니었다”며 “회의 시작 시각은 오후 2시였는데 회의 시작 전에 이미 모 언론에서 2000명을 늘린다는 결론을 입수해서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보정심 회의에 앞서 2000명 증원을 결정한 회의와 회의록이 있었어야 했는데, 없는 건지 아직도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 자료 중 (2월 6일 회의 외에) 언급한 회의록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대한의학회와 의대 증원의 과학성을 검증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반면 정부는 과학적인 추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향후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고, 정책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등으로 2035년에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고, 의료 취약지역에도 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35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바로 정책 결정”이라며 “2035년을 기준 시점으로 보고 부족한 1만명을 채우기 위해, 5년간 2000명씩 나오면 1만명을 채울 수 있겠다고 보고 의사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2월 6일 보정심 회의 참석 위원 23명 중 4명이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대했고, 나머지는 찬성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또 반대하는 4명도 의대 증원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그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가에서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2020년처럼 의사 국가시험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들이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방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의사 국가시험 일정과 원서접수 연기를 건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