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농업도시, ‘특장차·지역활력타운’으로 꿈틀
전북 김제, 소멸위기 딛고 재도약 … 국내유일 특장차 전문단지 속도
빈 땅 없는 지평선 산단, 입주문의 쇄도 … 합계출산율 전북 1위 견인
지난 10일 정부가 전북 김제시를 포함해 전국 10개 지역에 은퇴자·청년을 위한 2024년 지역활력타운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근로자와 수도권 은퇴자 등 지방정착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주거·문화·복지가 결합한 주거지를 제공해 지방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정부 8개 부처가 함께 하는 이 사업에 김제시는 상동동 4만1416㎡에 412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타운하우스와 커뮤니티센터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주변 산업단지와 휴양시절을 연계해 인구소멸 위기대응의 성공사례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지평선의 고장 김제시는 전국의 시 가운데 고령화율이 두번째(34.4%)로 높다. 지역소멸 지수(0.22)로 네번째에 해당하는 고위험지역이다. 자타공인 농업도시가 특성화된 산업단지와 특구 지정에 힘을 쏟는 이유다. 상동동 지역활력타운이 조성되는 2027년 하반기에 맞춰 인근 지평선 제2산업단지 주거용지에 공동주택 300세대를 별도로 조성해 ‘힐스타운 시암’을 완성할 계획이다. 인근의 골프장·온천 등을 묶어 일자리와 건강한 삶, 쉼이 어우러진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세대별로 온천수와 도시가스, 태양광 난방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백구면 부용리 일원에는 33만6000㎡ 규모의 제2특장차 전문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단지에는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C30)뿐만 아니라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C25),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C29)까지 입주할 수 있도록 입주업종 코드를 확대했으며, 특장산업의 기능 활성화를 위해 특장차검사인증센터(한국교통안전공단), 특장차종합지원센터(자동차융합기술원), 특장차 전시·판매센터를 갖춘 국내 유일의 특장차 전문단지로 조성된다. 지난 3월에는 특장차 전문업체 등과 4039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주)두산, 국내 펫푸드 1위 업체인 로얄캐닌코리아, 대승정밀(자동차부품) 등은 김제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정성주 시장은 “지평선산단은 이미 분양이 끝났고, 제2 산단과 특장차 전문산단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과감한 지원과 정주여건 개선 등으로 미래 모빌리티 등 특성화 산업 거점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전통적 강점인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팜 등 미래농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새만금에는 1092억원이 투입되는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구축사업’이 정부차원에서 진행된다. ‘농업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힘쏟고 있다.
다양한 복지지원책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제시에 주소를 둔 중소기업에 재직중인 청년근로자(18~39세)에게 월 5만원씩 출·퇴근 교통비를 김제사랑카드로 지급한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운용하는 시범사업으로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80억원을 확보해서 귀농·귀촌 청년 지원 등 지역활력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정성주 시장은 “반갑게도 최근 3년간 합계출산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지난 2021년 0.91명이던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1.37명으로 증가해 전북 1위, 전국 4위를 기록했다. 정 시장은 “일자리와 정주여건 개선, 다양한 지원책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 전북 4대 도시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제 축제엔 ‘술·바가지 그리고 00’이 없다
정성주 시장 취임 후 민선 8기 김제시정은 철저히 현장중심으로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시청 근무보다 외부일정이 더 많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는 ‘주 2회 방문’이 사실상 정례화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장 조정회의’가 빈번해졌다. 대신 부서 내부의 사전 회의는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도로나 인도를 교체하거나 굴착해야 하는 경우 수도관·통신선 등 3가지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방안을 찾는 식이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사전준비량이 늘어난 것이다.
지역축제 형식 변화도 눈에 띈다.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를 꾀했다. 주민 참여를 높이고 ‘모두가 하나되는 잔치’로 바꾸는데 주력했다. 향토음식 등 지역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에서 술을 뺐다. 지난해 지평선축제부터 판매하는 음식은 모두 1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췄다. 바가지 요금과 절연이다.
또 하나, 개·폐막식의 유력인사들의 장황한 인삿말을 모두 뺐다. 시장을 비롯한 관계기관 대표들도 축제 참가자의 일원으로 함께 어울렸다. 젊은 청년과 농민들이 주축이 된 ‘꽃빛드리축제’와 ‘모악산뮤직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김제시청 강기수 관광홍보축제실장은 “음악과 관객, 자연풍광이 어울리는데 집중하면서 축제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았다”면서 “대표축제인 지평선축제에도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