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상황 악화시키지 말고 의료정상화해야”

2024-05-17 13:00:00 게재

환자·시민단체 등 “법원, 의대증원 ‘공공복리’ 강조” … 비상진료체계 치밀하게 갖춰야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정지해 달라는 의대교수 전공의 등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내년도 의대증원 일정은 이달말에 마무리 된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환자단체 등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의료정상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동하는 의료진과 환자 의대 증원 법원 결정인 나온 16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서울고법이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기각을 결정함에 따라 27년 만의 의대 증원 최종 확정을 앞두게 됐다.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1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의사단체들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의사단체 법률 대리인측은 전날 대법원 재항고 뜻을 밝혔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매주 1회 휴진’을 계속하는 방안, ‘1주일간 휴진’을 단행하는 방안 등을 모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별로 내주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공의들 복귀는 알 수 없다. 한 빅5병원 관계자는 복귀 움직임은 ‘전혀’ 안보인다고 밝혔다. 의대생들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부산대 의대, 제주대 의대 등 각 의대 학생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원 판결 전 릴레이 성명을 올리고 “사법부의 가처분 인용과 관계 없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이뤄낼 때까지 학업 중단을 통해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의대증원 반대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 국민들은 빠른 의료 정상화를 원한다. 환자단체와 보건의료노조 등은 서울고등법원의 결정 직후 전공의 등 의사들의 의료정상화에 참여를 촉구했다.

1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석 달간의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치료받고 있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은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의료정상화 조치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또 “이번 판결로 사실상 확정된 의대 증원이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현재의 의료인력은 물론 앞으로 배출될 의료인력이 기피과 필수중증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에 적절히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전공의 의대 교수들은 즉각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는 것만이 그동안 의료인들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환자와 의료인과의 발생한 깊은 불신을 회복하는데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며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발생한 환자의 치료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대 정원 확대는 공공복리 위해 집행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의대 증원 논란에 종지부 찍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 이룩할 계기가 돼야 한다. 이제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의료계가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사법부마저 정책 추진에 결함이 없음을 확인한 만큼 더 이상의 불법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의료행위 주체로서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환자단체 등의 입장 표명과 더불어 국민인식조사에서도 “의사들은 복귀하고 의료를 정상화하라”는 국민의 뜻이 분명해 보인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의대증원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은 찬성(72.4%), 관련해서 의대교수 집단행동에는 반대(78.7%) 의견을 냈다. 그리고 전공의 미복귀에 대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57.5%로 나타났다.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의 비상진료상황 대응에 대해서는 ‘잘 못하고 있다’는 지적(65.3%)이 많았다.

한편 수련병원 교수를 도우며 세부 진료과목을 진료하는 전임의 계약률이 70%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다.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 결정으로 정부의 의료개혁에 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에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17일 보건복지부가 서울지역 빅5병원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계약대상 전임의 중 계약한 비율은 13일에 70.1%를 기록해 의정 갈등 상황에서 처음으로 70%대로 올라왔다. 계약대상자 1212명 중 850명이 계약했다.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계약률은 14일 기준 67.3%(2786명 중 1876명) 수준이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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