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거부 의대생 ‘집단유급’ 임박
법원 결정에도 “학교 복귀 안 해” … 대학들 학칙개정 절차 착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유급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학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휴학 승인 기준과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법원이 증원에 대한 의료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했지만 의대생들은 학교로 복귀하려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원 결정으로 복귀가 더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 대학은 계절학기 수강 가능 학점을 늘리고 1학기 유급 특례를 제정하는 등 집단유급 방지를 위한 학사운영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부분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어서 수업거부에 따른 집단유급 가능성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 대학들의 시각이다.
대학들이 이미 갖가지 대책을 다 끌어모은 만큼 결국 정부가 휴학 승인 기준과 범위를 재검토해야할 때가 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각 대학은 동맹휴학의 경우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에 요건을 갖춘 휴학계도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수업에 복귀해도 진급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학생들을 보호하려면 휴학을 승인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들은 집단유급이 현실화한다면 법정 다툼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타내고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의대생들은 2~3회 유급되면 퇴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급 경험이 있는 학생의 경우 위험이 커져 학교나 교육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군휴학이나 출산휴학은 사유가 있는 휴학이지만 ‘일반휴학’은 사실 사유가 필요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9일 브리핑을 열고 “의대생들의 유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각 대학과 협업해 원활히 수업에 복귀 할 수 있도록 다각적 방안을 논의 중이고, 조기에 복귀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 “정당한 휴학 승인해야” = 하지만 의대생들은 복귀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와 대학에 휴학 승인을 요구했다.
전국 의과대학 학생 대표들이 모인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동맹휴학 등 집단 행동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의대협은 “학생 개개인이 정당한 사유로 제출한 휴학계를 고의로 무시하며 어떠한 노력도 없이 복귀만을 호소하는 오만한 태도를 거둘 것을 촉구한다”며 “학생들의 거취는 주변의 호소와 회유가 아닌 학생들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촉구했다.
각 대학의 의대 학생회·비상시국대응위원회도 법원 결정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수업 복귀 의사가 없음을 강조해왔다. 동아대 의대TF는 지난 14일 규탄문에서 “재판부의 가처분 인용 여부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8대 대정부 요구안과 의대정원·필수의료 패키지의 전면 백지화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전국 40개 의대와 연대해 단일대오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고신대 의대 비상시국 대응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정책 전면 철회를 위해 다른 의대와 함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교협, 대입안 확정 임박 = 이런 가운데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이번 주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번 주 안에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전국 대학들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승인할 예정이다.
대학들의 학칙 개정작업이 진행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23~24일쯤 심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 대학은 5월 31일까지 대학별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단위·전공 △전형별 모집인원 △세부 전형방법 △학교생활기록부 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 방법 등을 담은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모집요강이 발표되면 올해 정원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든다.
앞서 각 대학은 대교협에 수시 모집요강 내용을 담은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대학들도 늘어난 정원을 학칙에 반영하는 학칙 개정 절차를 대부분 이번 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가운데 10여곳은 그간 의정 갈등 상황과 의료계가 제기한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학칙 개정을 보류했다.
◆교육부 장관, 총장들과 간담회 =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부총리와 의대 운영 40개 대학 총장의 간담회는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의료계의 의대 증원·배정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이후 처음 개최된다.
이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정부의 의료 개혁과 의학 교육 선진화를 위한 지원 의지를 설명하고, 의대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교육부와 대교협이 협의해 다음 주 중으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심의 결과가 각 대학으로 통보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힐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