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주거문제 해법 '강진'에서 찾는다

2024-05-20 13:00:03 게재

빈집 개조해 ‘월세 1만원’ 공유주택 성과

'푸소' 농가소득 창출 …생활인구로 확산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주거문제다. 소멸위기에 대응하는 지자체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집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전남 강진군의 주거지원 사업은 눈여겨 볼만 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오후 전남 강진군을 방문해 농촌 체류형 프로그램 운영과 빈집 리모델링 등 지역소멸 대응 우수사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행안부 제공

지난 16일 전남 강진군 병영면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강진원 강진군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강진군 인구소멸 대응전략’ 현장정책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인구 4만명이 붕괴된 2014년 이후 강진군이 추진한 다양한 소멸대응 정책들이 소개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업은 ‘빈집 개선’이다. 소유주 동의를 얻어 5000만~7000만원을 들여 집을 수리한 뒤 귀농·귀촌한 사람들에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 1만원. 사실상 무상 주택이다. 5000만원을 들여 수리한 집은 5년 뒤에, 7000만원을 들인 집은 7년 뒤에 주인에게 돌려준다. 그동안 빈집을 방치해둔 소유주들이 흔쾌히 동참하는 이유다.

8개월 전 강진군 병영면으로 이주한 정태준·김현욱씨도 월세 1만원 주택에 살고 있다. 전국의 농촌 빈집을 소개하는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은 전남 나주에 살다 강진으로 온 뒤 이곳에서의 생활을 소개하며 구독자를 40만명 넘게 늘렸다.

빈집을 사서 이주한 귀농·귀촌인에게는 수리비의 50%를 지원한다. 최대 지원금액은 3000만원이다. 서울 서초구에 살다 강진군 병영면으로 이주한 이상준(38)씨가 1호 대상자다. 4년 전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체험을 하다가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고, 강진 이주를 결심했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 귀국했다는 그는 이곳에서 조그마한 카페 운영과 통·번역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씨는 “쳇바퀴 같은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강진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처럼 빈집을 매입해 수리 중인 귀촌인은 12명이다.

2022년 시작한 강진군의 빈집 개선 사업에 선정된 집은 모두 75동이다. 184동이 신청했으니 경쟁률이 2대 1를 넘는다. 단계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15가구 35명이 이주해 살고 있다. 지난 16일 현장을 둘러본 이상민 장관도 강진군의 빈집 정책을 호평했다. 이 장관은 “강진군 빈집사업은 이미 사람들이 이주해 살고 있어 놀랍다”며 “지난 3월 다녀온 이탈리아 마엔차시의 1유로 주택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말했다. 1유로 프로젝트는 3년 내 리모델링을 조건으로 1유로에 빈집을 매도하는 사업이다.

강진군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사업은 푸소 체험이다. 하루 최대 300명이 다양한 농가 체험을 하며 숙박할 수 있는 농촌체험민박 사업이다. 강진군 전체 읍·면에서 89개 농가가 참여한다. 매년 6000여명의 학생들이 농어촌 체험, 명소 탐방 등 다양한 체험을 하며 푸소 농가에 머물다 간다. 10년 만에 누적 5만8000여명이 푸소 체험에 참여했다. 누적 농가소득은 52억원. 참여 농가당 한해 평균 1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푸소 체험은 사업 초기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이후 반응이 좋아 대상을 공무원 일반인 등으로 확대했다. 지금은 공무원 푸소, 일반인 푸소, 일주일 살기 푸소, 시티투어 푸소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열악한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빈집 개선사업과 푸소 체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강진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진군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도 열렸다. 마을로 새로 유입되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지원을 위해 숙소와 공유사무실 회의실 생활편의시설 등을 갖춘 공유주거시설이 전국 최초로 개소했다. ‘성하객잔’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공유주거 시설은 499㎡ 부지 위에 연면적 373㎡ 규모의 2층짜리 건물로 지어졌다. 청년들이 주도해 공유주거 시설을 기획했으며, 행안부와 지자체가 건축비용 등을 지원했다. 청년마을 공유주거 시설은 강진에 이어 올해 7월 경북 영덕군, 12월 강원 영월군에도 문을 연다. 이 장관은 “공유주거 공간이 단순한 청년 주거공간을 넘어 창업 등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주민과 상생·교류의 장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행안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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