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입 시행계획
수도권 대학 논술전형 증가…중상위권 기회될 듯
시행계획으로 미리 본 2026 대입 … 주요 대학 ‘다군’ 선발 확대 정시 판도 바뀔 수도
4월 30일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고2 학생들이 치를 2026 대입전형시행계획이 탑재됐다. 전국 4년제 대학 기준 2026학년 대입 전형을 수시와 정시로 살펴보면 수시 비율이 79.9%, 정시는 20.1%로 수시로 선발하는 인원이 2022학년 이후 가장 높다. 일부 주요 대학의 정시 다군 선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의무 기재, 논술전형 소폭 확대, 최저 기준 완화를 비롯한 전형 방식의 변화 등 이슈도 많다. 내신 5등급제와 수능 선택 과목 폐지 등으로 크게 변화할 2028 대입을 대비하기 위한 대학의 고민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고2는 물론 고1, 중3도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는 평가다.각 대학의 2026학년 시행계획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분석했다.
2026학년 논술전형의 선발 인원은 1만2559명으로 2025학년보다 1293명이 증가한다.
2025 학년에 비해 50명 이상 증가한 대학은 가천대(106명) 경북대(98명) 을지대(84명) 경기대(72명) 한양대(58명) 등이다. 2025학년에 고려대가 논술전형을 부활시켰고 동덕여대 삼육대 한신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한 데 이어 2026학년에는 강남대 국민대 서경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한다.
국민대와 서경대는 각각 2015학년, 2025년 폐지했던 논술전형을 되살린다. 국민대는 230명, 서경대는 173명을 선발한다. 감소세였던 논술전형이 특히 수도권에서 늘어난다.
허 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중위권 대학이 논술전형을 다수 신설, 증원했다”며 “학생 수 감소로 수능 성적으로 정시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하위권은 정시 수요가 적어 이들 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대학은 수시에서 가능한 한 모집 인원을 많이 선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논술전형 확대는 그 대책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논술전형으로 300명 이상 선발하는 주요 대학은 가천대(1036명) 건국대(311명) 경희대(476명) 고려대(342명) 성균관대(391명) 세종대(337명) 연세대(355명) 인하대(457명) 중앙대(477명) 한국외대(468명) 홍익대(504명) 등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논술전형을 축소해왔으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대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학생부 기록 축소로 교과전형뿐 아니라 종합전형도 내신의 영향력이 커졌다. 학생부가 미흡한 수험생은 수시에서 지원할 전형을 찾기 어려운 것도 논술전형 증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또 대학 입장에서는 논술전형의 높은 경쟁률, 그로 인한 전형료 등이 매력적이라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일부 모집 단위 다군 선발, 정시 지원 판도 바뀔까 = 정시는 가군 나군 다군으로 선발하는데 군마다 한곳씩만 지원할 수 있기에 학생들은 희망 대학이 위치한 군을 고려해 지원 전략을 짜야 했다. 특히 다군은 선발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모집 인원이 현저하게 적었다.
2023학년 정시까지 건국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이 다군에서 선호도가 컸다. 경쟁률도 높았지만 가군과 나군에서 합격선이 더 높은 대학에 합격하면 다군 등록을 포기하는 수험생이 많아 충원율 또한 상당했다.
한데 2024학년에 성균관대가 다군에서 반도체융합공학과 30명, 에너지학과 10명을 선발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각각 48.61:1, 52.45:1의 경쟁률을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2026학년에는 더 많은 대학이 다군에서 일부 모집 단위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나군에서만 선발하던 서강대는 AI기반자유전공학부를, 한양대는 한양인터칼리지학부를 신설해 다군에서 선발한다. 이화여대는 나군에서 모집하던 간호학과를 2026학년에 다군으로 이동한다.
이 소장은 “정시에서 3곳을 지원할 수 있지만 상위권 수험생에게 다군은 쓸 곳이 마땅치 않은 카드였다”며 “2026학년에는 이들 수험생이 선호하는 여러 대학이 다군 선발에 나서 경쟁률이 분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충원율은 현재와 비교하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상위권 이하 학생들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추가 합격을 기대하며 다군에 지원하는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도 “다군 모집 대학이 증가하면 가군과 나군처럼 다군도 적정 지원 경향을 보일 수 있다”며 “그로 인해 가군과 나군에서 소신 지원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초미의 관심사 자율전공·통합선발, 선발 인원은 일단 2024학년 수준 = 대학은 2025학년 입학 정원의 20% 이상, 2026학년에는 25% 이상을 자율전공, 즉 무전공(자율전공선택제)으로 선발해야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의 정부 예산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안은 ‘자율전공’ 혹은 ‘무전공 통합 모집’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특별한 구분 없이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유형1과, ‘인문계열’ ‘자연계열’ ‘첨단융합대학’ 등 계열이나 단과대학 단위로 모집해서 단위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유형2로 나뉜다. 유형1이 2025학년에 전체 정원의 최소 5%, 2026학년엔 최소 10%가 돼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자율전공학부, 계열 선발 인원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월 말 발표될 2025학년 수시 모집 요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2026대입시행계획에서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데 예상과 달리 현재 대학별 발표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의 자율전공 선발 인원은 정부의 자율전공 선발 확대 발표 전인 2024학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2026학년 자율전공 선발 인원은 전체 모집 정원의 8.7%인 991명이다. 서울대가 520명(전체 모집 정원의 14.9%)으로 가장 많고, 연세대 377명(10.4%), 고려대 94명(2.2%) 순이다. 성균관대는 1651명(44.8%), 서강대는 266명(16.2%), 한양대는 250명(8.5%)을 모집한다.
이 소장은 “정부의 자율전공 확대 계획과 달리 대부분의 대학이 기존과 비슷한 규모로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며 “의대 정원 증원 이슈처럼 시행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학교폭력 조치 사항 의무 반영, 교대와 체대에선 영향력 클 듯 = 올초 크게 관심을 모았던 학교폭력 가해자의 대입 불이익도 실체를 드러냈다. 2026학년부터 4년제 대학의 수시·정시뿐 아니라 전문대학 입시에서도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반영한다.
학교폭력 조치 사항 유형으로는 1호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9호 퇴학 처분까지 다양하다. 단, 1호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2호 피해 학생 및 신고 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 행위 금지, 3호 교내봉사 활동 등의 조치를 받은 경우 정해진 기간 내에 조치 사항을 이행하면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
학교폭력 조치 사항 반영 방식은 정량 평가, 정성평가, 지원 자격 제한 및 부적격 처리, 혼합 평가 등 대학마다 전형에 따라 다르다. 교대는 일반대학과 비교했을 때 학교폭력 이력이 기재된 수험생에 대해 지원 자격을 배제하거나 부적격 처리하는 등 조치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검정고시생 등 고교 자퇴생에게는 학교폭력 징계 확인을 위해 학생부를 요구할 수도 있다. 대입 불이익 때문에 자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특히 체육특기자전형에서는 전형을 운영하는 88개 대학 모두 학폭 조치를 반영한다. 2021년 스포츠선수들의 잇따른 학교폭력 논란이 일자 2025학년부터 필수적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려대는 수시 학교추천전형과 학업우수전형, 계열적합전형에서는 서류 평가에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정성평가에 반영한다. 특기자전형(체육교육과)은 학교폭력 조치 사항에 해당하는 사람은 1단계 평가에서 부적격 처리한다. 논술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에서는 학교폭력 조치 사항 각 호에 따라 감점 처리한다.
◆수능 최저 완화, 계열별 지정 영역 폐지, 대학별 전형 방법 변화 주목해야 = 고려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수시에서 최저 기준이 높은 편이지만 최근 완화하는 추세다. 2026학년 학교추천전형에서 2개 과목 평균을 반영하던 탐구 영역을 상위 1과목 등급만 반영한다.
의과대학도 학교추천전형과 학업우수전형의 최저 기준을 탐구 상위 1과목으로 변경했고, 사이버국방전형은 수시 최저 기준을 폐지했으며, 반도체공학과 차세대통신학과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학업우수전형의 최저 기준을 4개 영역 합 8 이내로 변경했다. 경영학과 논술전형은 4개 영역 합 5를 반영했던 2025학년과 달리 2026학년에는 4개 영역 등급합 8 이내로 최저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수시·정시 모든 전형에서 계열별 수능 응시 과목 지정을 폐지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강대는 정시에서 수능 반영 방식의 변화가 크다. 종전엔 수학 반영 비율이 높았지만 2026학년 정시부터 ‘국어 36.7%, 수학 43.3%, 탐구 20%, 영어가산’ 형태로 반영하는 A유형과 ‘국어 43.3%, 수학 36.7%, 탐구 20%, 영어 가산’ 형태로 반영하는 B유형으로 구분해 두 방법 중 높은 점수를 활용해 선발한다.
매년 대입 전형에 변화를 시도하는 성균관대도 정시에서 가군과 다군은 수능 표준점수를 활용하지만 나군 모집 단위에서는 국어 수학 탐구 영역 성적의 백분위를 그대로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학령인구 감소를 지목한다.
이 소장은 “대학의 전형 방법 변화는 지원자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라고 전한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