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단체, 교육부 대화 요청 거부
“대화 의지 진실되지 않아” … 내년 1509명 증원 사실상 확정
전국 의과대학 학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교육부의 대화 제안에 “대화 의지를 진실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의대협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백지화)은 대정부 요구안의 1개 항목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교육부는 학생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보이는 대화 의지를 진실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이미 지난 3월 24일 대정부 요구안으로써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요구안에 대한 최소한의 수용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정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의대협의 8대 대정부 요구안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대 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 △정부의 대국민 사과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중대 의료정책 논의를 위한 의정 합의체 구성 △합리적인 수가 체계 개선 등이다.
앞서 이날 오전 교육부는 의대협에 공개적으로 대화를 제안했다.
교육부는 “의대협이 공식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불가피하게 언론을 통해 대화를 제안한다”며 전화번호와 메일주소를 함께 공유했다. 대화 시기·주제·공개 여부 등 방식·참여 규모 등을 함께 조율하자고 요청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20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장관과 실·국장들이 배석해 정부 정책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주면 많은 오해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3월에도 의대협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안한 바 있지만, 의대협이 회신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중 37개 대학이 수업을 재개했다. 각 대학은 학생들이 유급 등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탄력적 학사운영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학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까지 의대생 1만8793명 중 1만626명(55.6%)이 요건을 갖춘 ‘유효’ 휴학계를 제출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의대협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휴학계 제출 및 수업 거부 현황 조사와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97.26%(1만8837명)가 휴학계 제출·수업거부 등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학칙상 휴학이 불가능한 1학년의 경우에는 수업을 거부해 휴학에 준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2025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모집인원을 정하지 못했던 차의과대가 증원받은 정원을 모두 뽑기로 하면서 의대 선발규모가 전년 대비 1509명 증원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달 정부는 의대·의전원 전체 40곳의 기존 입학정원(3058명)을 5058명으로 늘리고 학칙에 반영하되, 국립대들의 건의를 수용해 2025학년도 입시 모집인원(선발 규모)은 늘어난 입학정원 중 50~100% 범위 안에서 자율 조정해서 정하도록 허용했다.
의료계에선 아직 사법부 판단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 나오지만 교육부는 의대 선발 규모를 정하는 행정 절차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오는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올해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갖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포함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심사한다. 심사 결과는 각 대학에게 통보되며, 대학들은 31일까지 수시 모집요강을 공표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