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막아도…재추진될 ‘쌍특검법’은 거부권 돌파?
28일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 부결될 경우
야권, ‘채 상병’ ‘김 여사’ 쌍특검 추진 예고
여당 이탈표·지지 여론·새 여당 대표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이 28일 재투표에 부쳐진다. 재투표 결과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만약 부결될 경우 야권은 내달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동시에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쌍특검이 재추진될 경우 △여당 이탈표 △특검법 지지 여론 △새 여당 대표 등 3대 변수가 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대 변수는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기권자와 ‘소신 투표’ 관건 =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부쳐진다. 국민의힘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탈표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탈표가 17표를 넘지 않으면 막을 수 있다. 이미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안철수 유의동 김 웅 의원을 제외하고 14명이 더 당론을 벗어나지 않으면 여당의 방어 전략은 성공하게 된다.
다만 기권자가 생기면 가결을 위한 이탈표 기준은 낮아진다. 여당 지도부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낙천·낙선자 중에서 기권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출할 수도 있다. 표결이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점도 변수다. ‘소신 투표’가 예상 외로 많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의 간담이 서늘할만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특검법 입장 주목 = 28일 재투표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될 경우 야권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 상병 특검법’과 이미 부결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여권으로선 이번에는 쌍특검법을 동시에 저지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쌍특검법이 동시에 재추진될 경우 △여당 이탈표 △특검법 지지 여론 △새 여당 대표 등이 3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우선 22대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 숫자가 줄기 때문에 이탈표가 8명만 넘어도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초선의원 44명 중에서 이탈표가 상당수 나올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여권 입장에선 의원 규모와 구성상 21대 국회 때보다 특검법을 저지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여론의 반발도 변수다. 윤 대통령 부부가 관련된 ‘채 상병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여권에서도 “민심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쌍특검법에 대해선 이미 여론의 찬성이 과반을 넘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결사저지에 나서는 모습은 “뭔가 켕기니까 저러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의구심만 증폭시킨다는 지적이다. 쌍특검법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면 윤 대통령과 여당이 계속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늦어도 7월에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이미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유력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특검은 수사가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이 드러날 때 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적이 있지만, 거부권 정국에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불투명하다. 여권 일각에서는 ‘비윤’ 이미지를 굳혀가는 한 전 위원장이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겠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여당 대표가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개진할 경우 판은 뒤집힐 수밖에 없다.
쌍특검법을 둘러싼 3대 변수가 작용하면서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면 쌍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게 된다. 내년에는 ‘채 상병 특검’과 ‘김 여사 특검’이 동시에 출격해 윤 대통령 부부를 압박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 “어차피 특검법을 막을 수 없다면, 특검법에 포함된 독소조항을 없애는 걸 전제로 합의 처리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