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 연준의 ‘soon’과 시장의 기대

2024-05-24 13:00:01 게재

지난 4월 30~5월 1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23일 발표되면서 장중 한때 최고치를 경신하던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4만선을 돌파한 다우지수가 하락했다. FOMC 의사록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심리는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위원들은 1분기 물가상승률 지표에 대해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의사록에서 ‘매파성이 짙다’고 본 문구는 “다양한(various)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구체화될 경우 정책을 추가로 긴축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는 대목이다. 문맥대로라면 ‘연준 위원들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연준 의사록이나 성명서에 쓰이는 단어들은 특정한 상황을 표현한 관용적인 용례가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다지 ‘매파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

연준 금리정책 제약성 다루는 잭슨홀 미팅 주목해야

참고로 연준은 본인들이 숫자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정리해 발표한 적이 있다. The FOMC meeting minutes: An update of counting words을 보면 “all”(모두), “all but one”(하나만 빼고 모두), “almost all” or participants/members “generally”(거의 모든 또는 일반적으로 참가자), “most” or “majority”(대부분 또는 대다수), “many”(많은), “some”(일부), “several”(여러), “few”(적은), “a couple” or “two”(한쌍 혹은 둘), “one”…“another”(하나… 또 다른) 등으로 정리하고 있다.

‘다양한’이라는 단어는 평소 연준이 숫자를 쓸 때 아주 모호한 경우이거나 연준 내에서 서로 의견이 갈려 논란이 될 때 쓰인다. 이런 내용을 주장하는 위원들의 숫자가 구체적으로 제시해도 될 수준이었다면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기에 불특정 숫자인 위원들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하다(various)’라는 형용사를 쓴 것이다. 정리해 보면 1분기 소비자 물가 데이터에 대해 연준의 정책이 현재 ‘충분히 제약적’인지 의구심을 가진 위원들이 있는데 그 숫자를 밝히기가 애매하다는 점이고, 다만 이를 의사록에 집어넣어야 할 정도여서 그리 적지는 않다는 양면을 내포하고 있다.

올해 연준 FOMC 정례회의는 6, 7, 9, 11, 12월 등 모두 다섯 번 남아 있고,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매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및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주요 경제학자 및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데 2010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2차 양적완화(QE)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고, 파월 의장도 폴 볼커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긴축 장기화를 시사한 적 있다.

올해 잭슨홀 심포지엄의 주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와 전달에 대한 재평가’로 정해졌다. 5월 의사록의 ‘다양한’ 위원들의 문제의식과 결부돼서 연준 정책의 제약성에 대한 격렬한 논의가 예상된다.

6월 FOMC는 분기에 나오는 점도표와 경제전망을 볼 수 있다. 7월 FOMC는 4월 5월 6월 3개월에 걸친 물가 데이터가 나오고 난 이후 열리는 첫 FOMC다. 4월 물가데이터에 이어 5월과 6월에도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된다면 대체로 시장에서는 9월 인하전망이 높지만 연준이 7월 회의에서 내릴 가능성도 있다.

6월 FOMC 성명서에 금리인하 메시지 담길 수도

7월 인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기 위해서는 4월에 이어 5월까지 추세적인 물가하락 흐름이 확인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미 연준이 성명서 등에 쓰는 단어에는 ‘약속된 의미’를 가진 것들이 있는데 ‘coming meetings’(가급적 다음 두 번째 회의)나 ‘soon’(정말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바로 다음 회의, 늦더라도 그 다음 회의’) 등이다. 6월 FOMC 성명서에 ‘soon’ 또는 ‘fairly soon’ 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면 금리정책의 변경이 임박했음을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2022년 1월 FOMC 성명서에서 ‘soon’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자 바로 다음 회의인 3월에 연준은 첫 금리인상을 결정한 적이 있다. 올해 3월 FOMC에서 양적긴축(QT) 축소를 앞두고 ‘fairly soon’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바로 다음인 4월 회의에서 연준은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QT 감속 결정을 내렸다. 시장이 6월에 ‘soon’을 기대하는 이유다.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안찬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