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의대 증원 행정절차 마무리
대입전형위원회, 오늘 시행계획 확정 … 의료계 반발 확산은 풀어야 할 숙제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 정책의 행정 절차가 24일 오후 확정된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고 의대 교수들마저 정부에 등을 돌리는 등 의정 갈등은 날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날 오후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확정한다.
교육계에서는 각 대학이 제출한 시행계획 변경 사항의 확정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증원이 사실상 결정된다.
◆1998년 이후 첫 증원 = 지난달 3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된 31개 대학은 대교협에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대학은 수시모집 등 일정으로 인해 5월 말까지 ‘2025학년도 모집요강’을 확정해야 하는데 그 이전 대교협의 심의와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 의대 39곳(차의과대 제외)의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4487명이다. 전년보다 1469명 늘어난 수치다. 의대 증원은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심의 대상에 오르는 변경 시행계획엔 확대된 의대 모집인원을 대학별로 어떻게 선발할지가 구체적으로 담긴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수시·정시 비율도 포함된다.
대교협이 시행계획을 승인하면 교육부는 이달 30일 이들 대학의 내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한다. 각 대학은 이달 31일까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교육부는 이러한 절차가 완료될 경우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집 요강이 공고되는 5월 31일 이후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이 곤란하다”며 “2025학년도 1500명 증원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 반발 확산 조짐 =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경상국립대, 전북대, 제주대 등 국립대가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키는 등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생 정원은 학칙으로 정해야 한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북대는 이날 교수평의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포함된 학칙 개정을 재심의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16일에 이어 두 번째로 부결했다. 제주대도 이날 교수평의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했지만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22일에는 경상국립대와 전북대가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 32곳 중 20곳에서 학칙 개정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립대에 비해 교수들의 발언권이 센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국립대 중 학칙 개정이 마무리된 곳은 부산대, 강원대, 충북대 정도다.
하지만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것”이라며 대학들을 압박하고 있다.
부결된 대학들도 재심의 일정을 잡고 다시 통과를 시도할 계획이다. 일부 대학의 경우 총장 직권으로 학칙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무회의나 교수평의회 등에는 심의권만 있고 결정권은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의대생 요지부동 = 의료계의 계속되는 반발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가 지난 2월 6일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한 뒤 전공의 90% 이상이 현장을 이탈하고,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 휴진 등으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의대 증원이 최종 결정되면 반발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성균관대 의대와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주 1회 금요일 휴진’ 계획을 23일 발표했다. 다른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빅5’는 이미 주 1회 휴진 방침을 이어오고 있으며 다른 병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의대생들의 유급이 현실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가운데 37개 대학이 이미 온·오프라인으로 수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수업 참여율은 저조하다.
대학들이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계절학기 최대 이수 가능 학점 기준을 상향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부분 ‘임시방편’ 성격이다.
문제는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 중인 학생들이 집단유급될 경우 휴학이 승인되지 않아 발생한 피해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어느 시점에서는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데 결론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학칙상 휴학 승인권자가 총장이어서 승인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강경한 입장 유지하는 정부 = 정부 입장도 여전히 강경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3일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와 같은 비현실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환자를 생각할 때 마음이 무겁다면 한시라도 빨리 복귀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므로 학칙에서 규정한 다른 절차와 요건을 갖췄더라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