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감소에…서울시 재정 ‘빨간불’
평균 4조원씩 올리던 추경 1.5조로 줄어
시 채무 21조7천억, 한해 이자만 4천억
자치구 줘야할 교부금 943억도 미지급
세수 감소 여파와 방만한 투자출연기관 운영이 서울시 재정을 흔들고 있다.
서울시는 27일 1조5110억원 규모의 2024년 추경안을 발표했다.
시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민생경제 지원에 3682억원, 노후 전동차 교체 등 안전분야 1137억원, 글로벌 5대 도시 실현을 위한 공간혁신 등 인프라 개선에 773억원 등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첫번째 추경이며 이로써 2024년 서울시 예산은 47조2991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8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재정등급 ‘최하위’ = 전문가들은 서울시 이번 추경안에는 곳곳에 위기 신호가 담겼다고 진단한다. 우선 규모다. 서울시는 그간 연간 예산의 10% 규모로 추경을 편성했다. 시 예산이 최근 40조~45조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추경 평균이 4조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1.5조원으로 반토막 났다. 극심한 경기 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 여파가 시 재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긴축 기조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라는 해명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서울시 자체 재정 상황이 ‘비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의 채무는 21조7141억원이며 부채는 43조399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시는 4555억원의 채무를 갚았지만 같은 기간 투출기관 채무는 1552억원 늘어났다. 이로 인해 지급한 이자만 2023년 한해 4063억원에 달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20.1%)은 20%를 넘어섰다,
지방재정법은 재정위기단체 및 재정주의등급단체의 지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40%를 초과하면 ‘재정위기단체’로, 25% 초과 40% 이하일 경우 ‘재정주의단체’로 지정한다.
서울시의 취약한 재정 상황은 타 지자체와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결과 서울시는 ‘다’ 등급을 받아 8개 특별·광역시 가운에 최하위를 기록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세수 부족과 그로 인한 서울시의 재정건전성 악화가 단기간에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3년 결산 결과 서울시 세입규모는 50조7586억원이며 이 가운데 지방세 수입은 23조8628억원으로 47%를 차지했다.
전체 세입예산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해선 지방세들이 잘 걷혀야 한다. 하지만 2023년 회계연도의 경우 10개 지방세 가운데 주민세와 지방소득세를 제외한 8개 세목이 예상한 만큼 세금이 걷히지 않는 이른바 ‘마이너스 수납’을 기록했다. 돈도 덜 걷혔지만 세입추계도 잘못한 것이다.
●세수 부족 현상, 장기화 가능성 = 예산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시는 서울시교육청과 25개 자치구에 나눠줘야할 교부금(943억원)도 제때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결산 당시 미지급된 금액을 2024년 추경에 반영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도 해당 예산은 빠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투자출연기관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조했다. 김용석 한국산업기술원 산하 좋은정책연구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전체 채무가 21조7141억원인데 이 중 투자출연기관 채무가 10조271억원”이라며 “시 자체 채무도 커졌지만 투출기관 채무와 부채 문제가 행안부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은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재정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다른 지방의회 예결산 전문가는 “추경안을 설명하는 자료에 예산 마련 방안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며 “수입 내역 설명은 없이 어디다 쓸 건지만 나열하는 등 시민 삶을 좌우할 서울시 예산을 대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감세정책 영향도 있지만 시 자체적으로도 지속적인 세수 감소 등 재정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추경 용도에 맞는 예산 편성, 불요불급한 사업에 대한 조정은 물론 채무와 부채 관리 등 시 재정을 안정화 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의 수립,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