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모르고 판 땅 ‘83억 보상받아’
법원 “거래 무효”
국유지가 된 줄 모르고 타인에게 땅을 팔았다면, 손실보상금은 원래 땅주인에게 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한 모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한씨에게 83억4768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씨는 1964년 사들인 서울 강서구(당시 영등포구)의 답(논) 1353평을 다른 사람들에게 1975년과 1983년 나눠 팔았다.
한씨가 판 이 땅은 1971년 개정 하천법이 시행되면서 하천구역에 편입돼 국유지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씨는 물론이고 매수자들도 이를 모르고 땅을 거래했다.
서울시는 1989년 뒤늦게 땅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한씨가 아닌 땅의 매수자들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한씨는 지난해 2월 서울시를 상대로 손실보상금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손실보상청구권은 하천 편입 당시의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한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한씨가 땅을 팔 때 매수자들에게 손실보상청구권도 함께 넘겨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하천구역으로 편입돼 국유로 된 토지는 사인 사이 거래의 객체가 될 수 없으므로, 원고가 토지를 매도해도 원시적으로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하천법의 손실보상 조항이 1984년에야 마련됐으므로 땅을 거래할 당시 거래 당사자들은 ‘손실보상청구권’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며 “이를 묵시적으로라도 넘겨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시가 매수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땅이 하천구역으로 편입될 당시 소유자가 누구였는지 등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손실보상금 지급 당시 소유자로 등재돼 있던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