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느끼게 해야, 고립·은둔이 움직여”
고립·은둔지원 전문가는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람
고립·은둔이에게 활력을 불어줘 꿈틀거리게 하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가는 따뜻한 공감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오쿠사 미노루 씨는 “고립·은둔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는 희망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어른’의 존재다. 지원자가 차가운 사람이라고 느끼면 이들은 공적 지원에 대해서도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립·은둔지원센터는 이런 전문가를 양성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노루 씨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고립·은둔이와 가족을 돕는 활동을 12년째 하고 있다.
미노루 씨에 따르면 고립·은둔이를 만날 수 없을 때는 부모 상담과 당사자 온라인-전화 상담 그리고 온라인 그룹 대화 참여를 안내 할 수 있다. 당사자를 만날 수 있으면 당사자에 맞는 지원-사례활동이나 심리상담 정신과 치료 등 활동을 할 수 있다. 당사자가 외출이 가능하면 고립청년의 교류공간 참여를 이끌 수 있다. 활동이 가능하면 당사자를 위한 프로그램 그리고 취미나 관심사에 따른 모임 참여와 자원봉사 등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 참여 등을 할 수 있다. 당사자가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으면 직업체험 등도 좋다.
이렇게 짜여 진 접근도 진행해야 하지만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고립·은둔이는 애착 장애로 인한 자존감 결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원전문가는 부모를 대신해 당사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노력과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고충과 노력을 인정하고 부모가 스스로의 감정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만약 고립과 은둔의 주원인이 부모와 관련이 있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면 부모 교육을 통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게 어려운 경우 당사자와 부모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이를 경우 공동생황 지원이나 독립생활 지원이 효과적이다.
가족 지원에서 주의할 점은 부모 ‘자신의 돌봄과 성장’ 관점이 필요하다. 미노루 씨는 “부모가 변하는 것은 부모 자신을 위한 변화이며 그 영향으로 인한 가정과 자녀의 변화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상담과 교육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자기 성장을 도모하면 자녀와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그 결과 가정 전체의 분위기가 개선되고 자녀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이 때 ‘자녀를 변하게 하려고 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부모의 노력의 목적이 자녀를 변화시키려 하는 것일 때, 자녀는 부모가 ‘또다시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고립·은둔이 지원사업에서 고립·은둔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작업의 중요성도 제기된다. 미노루 씨는 “고립·은둔이에 대한 계몽활동이 필요하고 지원 주요 목표를 당사자의 ‘활동’이나 ‘집으로부터의 탈출’에 두지 않아야 한다”며 “지원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결정할 때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지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당사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예방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노루 씨는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의 변화와 부모에 대한 교육, 다양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고용시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