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시작부터 팽팽
검찰, 증거 2000개 새로 제출 … 11명 증인신청
변호인 “새 증거 출처 밝혀야” … 증인신청도 대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27일 시작됐다.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와 증인 신청을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정식재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회장 등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계 부정 등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돼 3년 5개월 간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그룹 승계 계획안인 ‘프로젝트 지(G)’에 따라 최소 비용으로 이 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지난 2월 이 회장이 받는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합병의 주된 목적을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승계로 단정할 수 없고,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된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1심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했고, 지난 3월 1300여쪽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2000건 넘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중 상당수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1심 판단에 반박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다퉈보겠다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등 자본시장법 전문가 7명을 포함한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맞서 이 회장의 법률대리인단은 1200여쪽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검찰의 항소이유를 모두 부인했다. 이 회장측은 “검찰의 증인 신청도 전부 기각돼야한다”며 “새 증거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신청된 인물들이 이번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고 1심에서 이미 검찰의 증거조사까지 이뤄졌다며 항소심에서 진술을 듣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이다.
2심 재판부 역시 11명 중 대다수는 이미 검찰 진술조서가 작성됐다며 검찰이 이들을 신문해야 하는 이유를 추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두 달 뒤인 7월 22일 한 번 더 준비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