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송배전 기자재생산 중소기업인 성화전기가 기업회생 신청 네번 만에 법원으로부터 ‘인가’ 결정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는 첫 신청으로부터 7년 만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12부(오병희 부장판사)는 2023년 7월 채무자 성화전기공업주식회사(대표 정종규)가 4번째로 낸 기업회생안에 대해 인가로 결정했다.

성화전기는 1989년 3월 경기 김포시 소재로 설립됐다. 정 대표는 35년 전 맨손으로 시작해 연 매출 200억원, 직원수 120명의 우리나라 전력산업 송배전·지중화 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일궜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세워진 송배전용 철탑은 이 회사 제품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성화전기의 발목을 잡았다. 철강 값이 미·중무역 갈등으로 폭등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적자로 공사를 완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스코건설이 납품계약을 해지했다. 이렇게 쌓인 그해 적자가 55억원을 넘었다.

그러자 금융이 멱살을 잡았다. 계약 보증을 했던 금융사가 보증업무를 중단했고, 수주했던 계약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렇게 놓친 계약 금액이 40억원을 넘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금융기관들이 채권회수에 나섰다.

2018년 11월 성화전기는 결국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첫 기업회생 신청을 했다. 다행히 기업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2020년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최근 3년간 연매출 9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가결정 의결권 총액의 54% 가량을 쥐고 있던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가 반대했다.

유암코는 이명박정부 때 6개 시중은행이 공동출자해 만든 국내 최대 규모의 부실채권(NPL)투자회사다. 유암코가 가장 많은 의결권을 가진 것은 은행들이 갖고 있던 성화전기 채권을 유암코에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 유암코는 번번이 연속해 반대했다. 유암코는 시간을 주면 빚을 갚아 정상화하겠다는 성화전기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기업회생 신청 4번째에 이르러 성화전기의 손을 잡아 주었다.

재판부는 “회생계획안이 회생담보권자(유암코 등) 3/4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면서 “그러나 회생계획안은 채무자(성화전기)의 회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반대한 회생담보권자에 대해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받는 내용의 권리보호조항을 정했다”며 “(성화전기의) 회생계획을 인가하는 것이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근로자 기타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 “회생계획을 인가해 준 재판부에 감사와 경의를 전한다”며 “지난 2018년 이후 7년간 성화전기의 회생을 지켜봐 준 여러 분들의 기대에 부응해 채무를 조기 변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회생계획인가는 채무자 법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의 내용대로 채권자의 권리를 변경하는 단계를 말한다. 회생계획인가결정이 나면 이해관계인들은 이에 대해 즉시 항고할 수 있지만 인가결정시 권리변경의 효력은 이미 발생하게 돼 회생절차에서 ‘성공’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