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입주, 예비 신혼부부까지 확대
서울시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공급 계획
거주 중 출산하면 저렴한 값에 구매 우선권
올해 300호 시작, 2026년까지 2396호 공급
“신혼부부 가운데 최소 10%는 집 걱정 안하고 살 수 있게 하겠습니다.”
서울시가 자녀 유무를 기준으로 한 기존 입주 조건을 없앤 신혼부부 주택공급 대책을 29일 발표했다. 높은 주거비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는 시민들에게 아이 낳을 결심을 갖게 해주자는 게 뼈대다. 발표에 나선 오세훈 시장은 “장기전세주택 입주 대상을 아이 없는 신혼부부뿐 아니라 예비 신혼부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 핵심은 신혼부부용 공공주택의 입주 자격을 사실상 없앤 것이다. 기존의 공공주택 입주 조건은 ‘다자녀’에 가점을 줬다. 하지만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도 장기전세주택 입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저출생 극복 취지에 맞게 살다가 아이를 낳을 경우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해준다.
거주 중 아이를 낳으면 내 집 마련 꿈에도 다가갈 수 있다. 해당 주택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는 청년 가구들에게 적어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집 문제로 고민할 걱정은 덜어주자는 것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길도 터준다. 만약 3명의 아이를 낳으면 현재 사는 집을 시세보다 2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입주 혜택, 올해부터 바로 적용 = 올해부터 바로 혜택이 적용된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 300호를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오는 7월 중 모집공고를 시행한다. 무주택 세대원으로 구성된 신혼부부가 대상이며 모집공고일 기준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실효성이다. 우선 입주를 위한 소득 기준을 낮췄다. 중산층과 실수요자를 위해서다. 전용면적 60㎡ 이하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20% 이하(맞벌이가구 180%), 전용면적 60㎡ 초과는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맞벌이가구 200%)로 완화했다.
재계약 시 적용되는 소득 기준을 완화한 것도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거주 기간에 소득이 증가했더라도 20%이내라면 퇴거 사유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 자녀가 2명인 경우 소득증가분을 40%p까지 인정받는다.
장기전세주택과 함께 서울시가 내놓은 신혼부부 주택공급 상품은 ‘신혼부부 안심주택’이다. 장기전세주택(2396호)에 더해 3년간 2000호를 추가로 공급한다. 임대주택이지만 집 구조도 젊은층 기호와 육아 등에 맞게 특화한다. 냉장고 세탁기 인덕션 에어컨 등을 빌트인으로 설계하고 공동 육아나눔터, 서울형 키즈카페 등 공용육아 시설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 민간 임대주택은 주변시세의 70~85%, 공공임대주택은 시세의 50% 수준에 공급한다.
오 시장은 “아이를 낳기만 하면 사회가 함께 키우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며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걸 다 해본다는 각오로 저출생 극복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