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TK행정통합과 메가시티

2024-05-30 13:00:01 게재

한때 메가시티 바람이 세게 불었다. 2019년쯤 지역소멸 위기감이 확 올라올 때다. 전국의 광역지자체들이 모두 메가시티(광역연합) 또는 행정구역 통합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얼마 안가 잠잠해졌다. 부산·울산·경남은 단체장들이 바뀌면서 없던 일이 됐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행정구역 통합은 단체장들의 반목 때문에 좌초됐다. 지금은 충청권 메가시티만 숨이 붙어있지만 ‘수도권 확장’이라는 이유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올해 총선국면에서도 메가시티 논란이 수도권 판을 달궜다. 다만 이전의 논의와 다른 점은 수도권 메가시티라는 점이다. 이 또한 총선이 끝나자 사그라졌다. 이번에는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이 이슈로 등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제안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화답하면서 불이 붙은 상황이다. 충청권 메가시티도 여기에 가세해 비수도권 메가시티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메가시티보다 더 어려운 행정구역 통합

비수도권 메가시티 또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가리킨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다. 그 지역의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인접도시와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대도시권을 말한다.

외국의 경우 수도권 비대화에 대응하는 비수도권 메가시티를 만들어 효과를 봤다. 영국의 맨체스터 광역연합과 일본의 간사이 광역연합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메가시티를 추진한 지자체는 지금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와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은 메가시티 형태다.

반면에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한 지자체는 실패를 되풀이했다. 메가시티와 달리 행정구역 통합이 어려운 것은 주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단체장들 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도 많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반대로 2019년부터 추진된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 지자체들 사이에선 ‘선 메가시티, 후 행정구역 통합’으로 가야한다는 얘기가 공감을 얻었다.

다시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논의가 재개됐다. 2022년 통합에 반대했던 홍준표 시장이 “중국 스촨성 청두시를 방문하는 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 것에 공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른 방향이라는데 동의한다.

대구·경북이 메가시티를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다. 산업화가 상당히 진행된 부울경, 충청권과는 달리 대구시 인근에는 거대도시권을 형성할 대도시가 없다. ‘몸집을 부풀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방식’으로 행정구역 통합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다만 홍 시장이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여론조사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체장의 의지만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 설득이 전부라고 말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만약 주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행정통합의 명분은 사라진다. 주민공론화를 통해 통합의 이익과 통합 이후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해야 행정통합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정치권과 공무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점도 신중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TK 행정통합 실패하면 다시 기회 없을 수도

국가균형발전이 국가적 어젠다가 된지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은 여전히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된 상황이다. 노무현정부 이래로 역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의제로 삼았지만 실패한 것은 정책추진의 일관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메가시티나 행정통합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는 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 선거 때만 되면 수도권 개발공약에 매달렸다. 현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고도 균형발전전략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 전국 지자체들의 시선은 대구·경북에 쏠려있다. 만일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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