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절차 마무리”…“백지화부터”

2024-05-30 13:00:06 게재

각 대학 31일 입시요강 발표 … 전공의·의대생 “원점 재검토 없인 안돌아가”

27년 만에 늘어난 의대 증원분이 포함된 2025학년도 입시모집 요강을 각 대학이 31일 발표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은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정갈등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정시·수시모집 비율 등 세부 내용을 발표하고, 각 대학은 다음날까지 대학별 내년도 모집 요강을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앞서 대교협은 지난 24일 전국 39개 의대 모집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해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전년보다 1509명 늘어난 40개 대학 4567명이 된다.

지쳐가는 환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인 29일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학칙 개정 작업도 사실상 종료 = 이런 가운데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중 증원에 따른 학칙을 개정하지 않은 학교들이 개정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대학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가천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연세대(미래) 등 7개 대학(29일 현재)이 이를 학칙에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중 6개 대학은 사실상 학칙 개정이 마무리 단계다. 아직 학내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인 경북대는 30일 오후 학장·학원장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안 통과를 시도한다.

경북대는 앞서 교수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두 차례 부결시켰다. 경북대 대학본부 처장단은 27일 교수회에 의대증원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학칙 개정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각 대학은 증원분을 반영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로 이달 말까지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31일 이후에도 학칙이 개정되지 않은 대학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사안에 따라 2~4주 가량인 시정명령 기간에도 학칙이 개정되지 않은 대학은 학생 정원 감축, 학과 폐지, 학생 모집정지 등의 제재를 받는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학칙 제·개정 위반으로 행정 제재를 받은 이력이 없다면, 해당 대학은 ‘모집 정지’ 제재를 받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이달 안에) 학칙을 개정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 촛불 들고 거리로 = 문제는 의정갈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0일 저녁 전국 6개 권역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라는 이름으로 촛불집회를 연다. 정부가 대규모 의대 증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밀어붙임으로써 한국 의료가 붕괴했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수도권에서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오후 9시에 집회를 열고, 이밖에 부산 해운대, 대구 동성로, 옛 전남도청, 대전시청에서 촛불을 밝힌다.

또한 대한의학회는 29일 대한내과학회 등 26개 전문과목학회와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과학적·합리적으로 평가해 국민에 알리겠다”며 “국민이 정부에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해 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의사 인력 양성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며 의대 교육에는 막대한 비용, 충분한 교수인력, 기초와 임상 실습을 위한 시설·자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의대 정원을 배정하며 실제 현장의 상황을 확인하지도 않았고, 참석자와 내용을 공개하지도 못하는 몇 번의 회의로 증원 인원을 결정해 슬그머니 몇몇 대학의 인원을 조정했다”며 “이는 의대증원의 규모가 원칙도 논리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력난 장기화 조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를 맞는 전공의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한 결과, 이달 28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서는 전공의 1만501명 중 864명만 출근(출근율 8.2%) 중이다.

전공의들이 수련 기간을 못 채움에 따라 ‘전문의’ 수급도 어려워질 수 있다.

관련 규정 등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할 경우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겨 그해 수련을 수료하지 못하면 다음해 초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 배출이 밀리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배출도 어려워지고,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 배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맞서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고 넉 달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집단 유급을 막고자 대학측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온라인 수업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들이 유급되면 매년 약 3000명씩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공의 집단 이탈과 미복귀 상황이 장기적으로 ‘파국’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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