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완수 경상남도 도지사
“경남이 달 착륙과 우주항공시대 중심에 서겠다”
사천에 우주항공도시 만들 것 … 세계시장 10%, 420조원 점유 목표
행정통합은 주민 동의가 우선 … 신성장 통해 경남 재도약 이끌어야
“국민이나 기업들이 ‘우주항공’ 하면 ‘경남 사천’이다는 인식을 가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29일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내일신문 인터뷰에서 우주항공청 개청과 관련해 “중앙정부 청사가 경남도 역사상 처음으로 설치됐다”며 “우리나라가 2045년까지 세계시장 10% 점유(420조원 규모) 달성을 목표로 한 ‘우주항공 5대 강국’의 선두에 서는 데 경남이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탐사 목표 달성’이라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박 지사는 “중동부 경남에 비해 소외돼 온 사천과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의 비약적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행처럼 거론되는 광역단위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대해 “주민들의 동의가 필수”라고 했다. 현재 부산연구원과 경남연구원이 진행하는 연구용역 결과가 연말에 나오면 이를 토대로 주민의견수렴 절차에 다시 나설 뜻을 밝혔다.
후반기 2년을 앞두고 있는 박 지사는 전반기에 마련한 든든한 기반 위에서 경남의 재도약을 이뤄낼 것도 다짐했다.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과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남해안 관광 활성화,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성장산업 육성, 교육발전특구, 기회발전특구 등을 적극 추진하며 경남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 지사와의 일문일답.
●우주항공청이 공식 개청했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도 우주항공산업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적극적 논의가 부재한 가운데 지금껏 우주항공산업을 전담할 기관이 없었다. 이후 윤석열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분야 정책과 연구개발, 산업육성 등을 총괄하게 되며 국제 우주산업 무대에서 대한민국 입지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부처의 경남 첫 설치에 의미가 깊다.
우주항공청 경남 개청은 큰 의미를 지닌다. 각종 연구 기능이 집적한 수도권 및 대전권과 원거리에 있는 경남 사천에 개청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해 우주항공청의 중요성과 위상이 제고된 점도 경남도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경남이 구심점이 되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산업적 변화를 이끈다는 것이며 경남 산업의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첫 번째 선결 과제는 정주여건 개선에 있다. 단기적으로 주거, 교통 개선 등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천공항의 국제공항 승격, KTX 증편, 비즈니스 호텔 건립 등 산업인프라 확충으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에 노력할 것이다. 22대 국회에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특별법 제정에도 나서겠다. 특별법 제정만을 기다리지 않고 이와 병행해 기존 도시개발법을 통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도 우선 추진할 것이다.
외부에서 우수인력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유인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지역 내 인재 양성시스템 구축도 병행한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방산분야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돼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는다. 아울러 올해 우주항공대학도 설립됐다. 우주항공 교육발전특구는 진주·사천·고성 각각 3년간 특별교부금 270억원을 지원을 받아 우주항공 산업기능인력 1800여명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과의 역할분담은.
우주항공청 연구개발 기능 부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의해 항우연과 천문연은 기존 연구를 그대로 하게 됐고 두 기관을 산하 기관으로 둔 우주항공청도 자연스럽게 R&D를 수행하게 됐다. 개괄적인 연구개발 총괄 관리·감독은 우주항공청이 맡고, 구체적 개발은 항우연과 천문연이 맡는 구조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 천문연은 한팀으로 유기적 공조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은 주로 개발정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민간, 출연연구기관, 대학 등 역할 분담에 대해 재정립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경남을 남해안 관광시대의 거점으로 만들고자 한다. 2024년을 경남관광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경남관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관광개발국을 신설했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축을 형성하기 위해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안 제정에 나설 것이다. 남부내륙철도와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등을 통해 교통접근성도 향상시킬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한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은 물론 진행이 더뎠던 거제장목관광단지와 창원구산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제도개선 등을 통해 본궤도에 올랐다. 9월에는 남해안에 본격적인 투자유치를 위해서 국제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세계일주 요트대회 기항지도 우선 유치하겠다.
경남 전남 부산 3개 시도가 협력하는 이순신 장군 승전지 순례길 조성사업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걷기 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다.
●부울경 경제동맹은 진척이 있나.
경제동맹은 특별연합이 추구했던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부울경 협력사업은 지난해 10월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해 정부 계획에 반영했고 올해 첫 시행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특별연합에서 계획했던 협력사업들과 민선 8기 신규사업들을 함께 반영해 시의성을 높였다. 이를 뒷받침할 국비 확보에도 공동으로 노력해 정부예산에 17개 사업 3422억 원을 반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3월에는 3개 시도가 중점적으로 협력해야 할 핵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신성장·에너지산업, 광역교통·물류 인프라 구축, 문화관광·인재육성 등 3대 분야 14개 핵심사업을 선정해 실질적 성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경남 부산 행정통합은 어떻게 되나.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경남 부산 행정통합은 필요하다. 부산시와도 시도민의 뜻에 따른 행정통합을 원칙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지 않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충분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시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올해 연말까지 행정통합 기본구상 연구를 진행하고 이후 일정 등은 부산시와 협의할 예정이다.
부산과 경남이 행정통합이 되면 인구 650만명, GRDP 224조원, 면적 1만1313㎢ 등 수도권 버금가는 지방정부로 거듭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행정통합의 해결 과제는.
양적 결합만으로는 통합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국방과 외교 등 국가 필수기능을 제외한 재정이나 인사 권한 등 상당 부분의 국가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양해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이 보장되어야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별법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반면 광역시도 간 행정통합은 사례가 없고, 시도민의 동의와 정치권 및 중앙정부와의 협력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최근 중앙정부에서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행정통합 얘기가 나오면서 시도민들의 관심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소야대로 예산확보에 어려움은 없겠나.
국비 확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본다. 여야의 문제보다는 지역구 16명의 국회의원과 경남도와 시군이 얼마나 원팀으로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의원별 상임위 배정 이후 국회의원들과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지고 내년도 국비 주요사업 지원과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다. 수시로 핵심사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원실에 서면질의서를 제공하는 등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10월부터 국회 의결시까지는 서울본부 내에 상주하며 국회상황실을 운영하고 도· 시·군, 의원실과 힘을 합쳐 내년도 국비확보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다.
●2년간 경남도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난 2년간은 도민과 공직자들이 힘을 합쳐 경남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경남의 경제는 재도약 본궤도에 진입했다. 전국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경남의 경제지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24년 도정 사상 최초로 국비 9조원 시대도 열었다. 극한호우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인명피해가 없었으며 중앙부처와 타 지자체가 벤치마킹 하는 등 우수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경전선 수서행 고속열차 운행, 사천공항 제주노선 취항 재개, 석동터널 개통 등으로 도민의 교통 편의도 향상됐다. 거가대교 휴일 통행료와 마창대교 출퇴근 통행료도 20% 인하했다.
후반기는 전반기에 마련한 든든한 기반 위에서 경남의 재도약을 이뤄낼 것이다.
곽재우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