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극복 동참하면 세무조사 유예
서울시 중소기업 참여위해 파격 인센티브
육아휴직 쓰면 대체인력·대직자 수당 지원
출산축하금, 시차출퇴근제 같은 출산·양육 친화적 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대체인력을 지원한다. 육아휴직한 동료 대신 근무하는 직원에게 응원수당을 지급하고 해당 기업은 대출도 우대해준다. 적극적인 저출생 극복 대책을 실시하는 곳은 서울시 사업 참여 시 가점을 부여하고 세무조사도 유예한다.
서울시는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이른바 ‘탄생응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산·양육 친화적인 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다.
이번 대책은 기업이 출산·양육을 장려하고 관련 제도를 하나씩 실천할수록 포인트를 쌓고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쌓은 포인트에 따라 등급이 산정되고 등급이 높아질수록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결혼·임신·출산한 직원이 많을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준다. 기업이 결혼이나 임신 예정인 직원을 채용하는 것을 꺼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포인트가 쌓여 등급이 높아지면 기업이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지원, 보증한도 상향 등 금융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사각지대 보완, 현장성 강화 '장점' =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장 사정을 반영한 사각지대 보완 방식이다.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육아휴직 대직자 업무 대행수당(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동료응원수당’이 대표적이다.
또다른 것은 출산휴가 급여 보전이다. 현 제도상 출산휴가 90일 중 마지막 30일은 사업주의 급여지급 의무가 없어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출산휴가 급여 보전’은 출산휴가 기간 중 마지막 30일 급여를 지원하는 사업주에게 서울시가 최대 110만원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한편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저출생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의지를 반영하듯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보다 세심한 정책 설계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난관 복원시술비를 지원하겠다는 대책은 사업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비난을 자초한 사례다.
해당 사업은 당초 난자동결시술비 지원 등 젊은층 난임부부 지원정책의 연장선에서 마련한 사업이다.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한명만 낳기 위해 수술을 했지만 다시 출산 의사가 생긴 부부를 돕기 위해 만든 지원정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설 없이 예산이 책정되면서 “하다하다 안되니 중장년들더러 애 낳으라는 거냐”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의원이 앞장서 보급하고 있는 이른바 ‘댄조댄스’는 서울시 저출생 대책을 조롱거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항문에 힘을 주는 케겔 운동을 장려하면서 “여성의 자궁이 튼튼해야 저출생 극복에 보탬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전직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비록 시가 직접 추진한 게 아니어도 함께 비난 받을 수 밖에 없고 더 큰 문제는 잘못 만든 정책 1개가 애써 만든 10개 정책 성과까지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자칫 조롱이나 비판이 서울시 정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정교한 정책 설계와 프로세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