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에도 인공지능 활용 커진다
한전 보고서 … 발전소 유지보수, 전력망제어, 수요예측 등 데이터 분석
전력산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초기에는 발전자산 유지보수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전력계통과 소매부문 등 활용사례가 다변화됐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은 4일 ‘전력산업의 AI 관련 동향’ 보고서에서 이러한 세계시장 흐름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자료를 인용 “2023년 전력부문 디지털 프로젝트는 총 206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AI 관련 프로젝트가 92건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이후 추진된 전력부문 AI 프로젝트 총 282건 중 약 절반(136건)이 최근 2년 사이에 진행됐다”며 “전력부문에서 AI 기술도입이 활발함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초기에는 AI 기술이 주로 발전자산의 운영 최적화와 유지보수에 활용됐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전력망과 소매부문에서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적용사례 중 발전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8%에서 2023년 17%로 감소한 반면 전력망부문의 경우 같은기간 24%에서 50%로 급증했다. △망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 △전력망 제어 및 자동화 △전력망 감시·유지보수에 사용될 드론이나 로봇에 AI기술 적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례로 드론회사 플라이베이스는 데이터 분석업체 스카이크래프트와 협업해 전력설비 감시 드론을 개발했다. 일본 발전회사 제라는 화력발전소 운영 및 유지관리에 가상현실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아메리칸 비투미너스파워는 딥러닝 기반 발전소 고장감시 로봇 및 분석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AI이 소매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8%에서 2023년 33%로 늘었다. 망제어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소유 분산자원을 관리하는 프로젝트가 주류를 이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누브브는 V2G(Vehicle-to-grid) 플랫폼 데이터에 AI 분석을 적용해 전기차의 행동패턴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V2G는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전력수요 예측과 기상이변 등이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도 가능하다.
지역별로는 2023년 기준 북미지역에서 AI 전력산업 프로젝트가 가장 많이 추진되고 있다.
보고서는 “북미지역의 AI를 활용한 전력산업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약 90% 발생했다”며 “전력망 복원력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과 같은 정부의 정책지원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미국정부는 기후변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망의 현대화 스마트 그리드 보급·전력망 안정성 향상 프로그램에 총 105억달러(약 14조3800억원)를 지원했다.
아시아지역에선 일본과 중국이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 전력사 간사이 일렉트릭은 배터리 지붕형 태양광 등 소규모 분산자원의 운영 최적화를 위한 AI를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소유한 분산자원을 통합하고 시장에서 거래하는 가상발전소를 설립했다.
중국 전력망공사는 로봇제어와 사물인식 기술에 생성형 AI를 접목해 자율적으로 변전소 설비상태를 실시간 점검하는 순찰로봇을 운영한다.
한전 경영연구원 관계자는 “전력망에 연결된 다양한 분산자원으로 망운영이 복잡해지고, 방대한 양의 전력데이터 처리·분석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력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AI 기술 필요성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력망 보강 시점 예측, 인허가 간소화 계통운영 지원,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대응, 전력소비자의 시장참여 등 전력산업 다양한 분야에 AI기술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