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확정 2025 대입 판도
1497명 증원, 의대가 바꿀 2025 대입 판도는?
지역인재전형 위주 증원, 의학계열 합격선 하락 불가피 … 수시·정시 모두 수능이 합격 좌우할듯
5월 16일 법원은 의과대학 증원 효력에 대한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에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의학계의 강한 반발로 표류 중이던 의대 모집 인원 증원 이슈가 법적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5월 24일 대학입학전형위원회 회의를 통해 2025학년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승인하고 31일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의대 정원이 1497명 증원된 것으로 최초 제기됐던 2000명 증원에는 못 미치지만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기존 정원 대비 50% 가까이 늘어났다. 이미 6월 수능 모의평가에 2011학년 이후 최대 인원의 졸업생이 응시하는 등 벌써 올 대입 판도가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역대급’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 상황과 2025학년 대입의 향방을 짚어보고 재학생의 지원 전략을 알아봤다.
의대 증원이 확정·발표되면서 그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의대는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릴 정도로 최상위권이 선호하는 모집 단위다. 지난 합격선 등 입시 결과와 그에 기초한 지원 전략의 중요성이 크다. 2025학년은 종전 모집 정원의 절반 수준인 1497명이 늘었다. 2025학년 기준 상명대 모집 정원이 1561명임을 고려하면 소규모 대학 하나가 신설된 셈이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학생의 지원 경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에서 전체 의대 증원분의 절반이 넘는 888명이 늘었고 이 모집 인원의 33.7%에 달하는 1078명을 교과전형에서 선발한다. 비수도권 지역 고교의 교과 성적 최상위권 학생 대부분이 의대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수의 전문가는 “현재 지역 국립대학의 지역인재전형은 교과 성적 1점대 초반에 지원·합격선이 형성돼 있는데, 올해는 이 선이 1등급 후반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종합전형은 지역에 따라 2등급 초반이 합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고, 특히 충청과 강원은 학생 수 대비 증원 인원이 많아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수능, 최저 기준 충족이 ‘변수’ = 지역인재전형 증원의 이점을 누리려면 수능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2025학년 지역인재전형모집 인원(1913명) 중 수시에서 80.97%(1549명)을 모집하는데 충남권의 건양대와 순천향대 외에는 모두 최저 기준을 적용한다.
서울 소재 의대나 같은 대학 내 일반전형에 비해 다소 낮지만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특히 2025학년 의대 증원을 겨냥해 졸업생의 대규모 합류가 예상된다. 이미 6월 모의평가 졸업생 접수자 수가 2011학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학이 자연계열에 뒀던 수학·과학 영역 필수 응시 조건을 대부분 폐지하면서 현재 중하위권 학생들은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으로 응시 영역을 변경했거나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재학생 중하위권은 이탈하고 졸업생 상위권이 유입되는 구조가 심화되면 의대를 지망하는 재학생 최상위권은 수능에서 높은 등급을 확보하기가 여느 때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창욱 서울 세화고 교사는 “비수도권 대학 의대도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저 기준이 낮지 않다”며 “지역 내 전국 단위 선발권을 가진 자사고·농어촌 자율학교 혹은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 지역 내 광역시 교육특구 학교들이 지역인재전형 의약학 계열 합격을 독식할 수 있는데, 이는 또 다른 교육격차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서울 상위권 대학 자연 계열도 ‘흔들’ = 역으로 이들 대학의 최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지역 의대부터 서울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학과까지 과감하게 지원해보는 전략도 고민해볼 만하다. 서울시립대 연세대 한양대 등 2025~2026학년 교과·종합전형에 최저 기준을 도입한 서울 주요 대학이 꽤 있다. 2025학년 기준 한양대 교과전형의 최저 기준이 4개 영역 중 3개 영역 합 7이내다.
강원대 제주대 경상국립대는 의대 지역인재전형(교과) 최저 기준으로 3개 영역 합 6이내를 적용한다. 약대와 수의대 최저 기준은 이보다 더 낮다. 강원대 목포대 순천대 영남대 우석대 원광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조선대는 약대 최저 기준을 3개 영역 합 7~8 이내로 설정했다.
특히 43만8000명 선인 2005년생에 비해 올해 대입을 치르는 2006년생 인구는 45만1000명 선으로 1만3000명 이상 많다. 아무래도 전체 학생 수가 많다보니 그만큼 일선 고등학교마다 높은 내신 등급을 확보한 절대 인원수 역시 많아졌다.
이것으로 추정해 보면 서울 주요 대학 자연계열에 교과전형으로 지원했던 비수도권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 중 상당수는 최저 기준이 비슷하거나 낮으면서 전문 자격증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대학 약대·수의대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의 교과전형에서 자연 계열 모집 단위의 경쟁률과 합격선 역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서울 주요 대학의 교과전형은 교내 최상위권만 지원할 수 있다는 심리가 강해 지난해의 경우 학생 수가 줄면서 경쟁률이 더 하락했다”며 “하지만 최저 기준 충족자가 그리 많지 않고 그 안에서 중복 합격으로 이탈이 발생하기에 상당수는 최저 기준만 맞추면 합격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 이들 대학 자연계열은 지역 학생의 지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수도권에 거주하거나 의약학계열에 흥미가 없는 자연계열 수험생에게는 예년보다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허 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25학년 대입은 대규모 의대 증원으로 인해 대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모든 전형에서 다소 공격적인 지원 경향이 나타날 것 같다”며 “합격선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2026학년 대입에서도 의대 정원이 늘어날 예정이라 수시전형에서 소신 지원이 두드러질 전망이라 상위권 대학·학과의 수시전형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수도권 학생에 불리하다? 경인 지역 의대 316명 증원 = 지역인재전형 지원 자격이 없는 수도권의 의대 지망 수험생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일단 경인 지역의 가천대 성균관대 아주대 인하대의 모집 인원이 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전년(169명) 대비 316명 늘어난 485명을 선발한다. 네 곳 모두 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의 선발 비율이 높아 의대에 지원하기엔 교과 성적이나 학생부 내용이 아쉬웠던 학생에게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변화를 체감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심재준 서울 휘문고 교사는 “지역을 불문하고 수도권 의대를 가장 선호해 수도권 의대 수시는 종합전형조차 교과 평균 등급이 1.5 이상인 학생들이 지원했다”며 “교육특구에서 이 정도 성적대를 갖춘 학생은 수능 경쟁력도 높아 서울권 대학에 집중 지원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의대 지원자가 많지 않았기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지역인재전형에서 최저 기준 미충족자가 다량 발생, 정시로 이월돼 수도권 학생에게도 기회가 늘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교협은 이에 대해 “비수도권 대학 의학·보건계열에서 시행하는 지역인재전형은 지역 의료·보건 인재 수급을 위한 전형이라 전형 목적이 뚜렷해 수시 지역인재전형 이월인원은 정시 지역인재전형에서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시에 지역인재전형이 없다면 일반전형에서 해당 인원을 선발할 수도 있어 정확한 내용은 개별 대학의 정시 모집 요강이 확정돼야 확인할 수 있다”라고 안내했다.
2025학년 기준 27개 비수도권 의대 중 건양대 단국대(천안) 대구가톨릭대 순천향대 연세대(미래) 울산대 원광대 을지대 한림대 등 9개 대학을 제외한 18개 대학이 정시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한다.
일각에서는 2025학년 지역인재전형 평균 선발 비율은 59.7%로 법적 의무 선발 비율(40%)보다 약 20%가 많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에 해당하는 인원은 이월 시 일반전형으로 선발해도 제재가 없을 수 있다는 것. 서울 배재고 장지환 교사는 “최저 기준 미충족 인원 상당수는 정시에서도 지역 학생으로 선발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어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은 정시까지 내다보고 길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는 “전반적으로 수능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재학생 입장에선 졸업생이 대거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는 정시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대 지역인재전형 최저 기준은 계속 완화되는 추세라 일반전형의 최저 기준이나 정시 합격선과 비교하면 아주 어렵지만은 않다”며 “특히 영어 영역의 난도가 최저 충족율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어 전략 과목으로 철저히 대비하길 추천한다”고 전했다.
진 교사는 “그렇다고 수능에만 매진하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성취도로 성적이 나오는 진로선택 과목을 소홀하거나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는 사례가 있지만 지역인재전형 상당수를 교과전형으로 선발하고 교과전형 내 진로선택 과목 평가가 확대되고 있으며 경북대 부산대 등은 학생부 평가를 한다는 점, 학생부 기반 면접이나 MMI 면접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학교생활에도 충실하길 권한다”라고 강조한다.
김기수 기자·정나래 내일교육 기자·김원묘 리포터 fascin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