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빼고 다 해주는데, 전공의 복귀는
1~2주 지나야 수련병원 상담서 확인 될듯 … 환자단체 “불가피하지만 반성해야”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과 수련병원장에게 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4일부로 철회했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행정 처분을 적용하지 않으며 수련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것이다.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정부는 덧붙였다. 환자단체들은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전공의도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4일 오후 “전공의들이 개별 의향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3개월 넘게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아 현장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고 중증질환자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책 변경은 불가피하니 병원장이 전공의의 개별 의사를 확인하면서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도록 설득하길 기대했다.
조 장관은 이어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가 다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현장에 남아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켜준 전공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별도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연차별로 사정이 다른데 복귀하면 장애를 없애주겠다는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은 “규정을 바꿔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등 전문의 면허를 따는 데 지장이 없게 해줄 텐데, 시험을 치고 추가 수련을 하면 면허를 발급하는 등을 검토 중”이라며 “이탈한 기간만큼은 추가 수련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탈하지 않은 전공의와 차이가 있고 결석한 부분에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전문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운영, 수련환경 전면 개편을 시행한다. 전공의단체가 제시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등도 검토한다. 전 실장은 “전공의들이 제시한 7가지 요구 조건은 신속하게 개선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복귀해서 수련 체계를 개선하는 데 동참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공의들이 요구한 의대증원을 제외하고 정부는 대부분 수용했다. 의료계 일각에서 요구한 전공의의 퇴로를 열어달라는 것도 수용됐다. 이제 전공의가 답할 차례다. 하지만 전공의들 반응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 수련병원에서 상담을 해서 병원으로 복귀 희망자가 많이 생기기를 희망하지만 실제 사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아예 상담 자체가 적을 수도 있다. 서울의 빅5병원 한 관계자는 “상담기한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1~2주는 지나봐야 전공의들 반응이 확인될 듯하다”고 말했다.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이제는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다. 전공의들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라며 “달라진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남겼다. 하지만 복지부가 자신이 요구한 업무개시명령도 풀었으니 이젠 어떤 행보를 할지 주목된다.
정부 발표에 대해 환자단체들은 전공의 복귀방안에 환영한다면서도 환자에게 피해와 고통을 준 전공의에 면죄부를 주는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전공의가 돌아오도록 하는 방안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얼마나 전공의들이 돌아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환자 진료에 차질에 생기지 않도록 대비는 돼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복지부 발표에서는 별다른 제시가 없었다.
김 대표는 “정부가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을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며 “환자들이 오랜 기간 고통받았는데 복귀에 앞서 전공의들도 환자와 국민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회의를 연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돼 전공의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도록 하는 보상체계 개편안을 논의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