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지급 판결에 항소한 HUG
전세사기 피해자들 “상실감 느껴”
HUG “1심 판결금 우선 지급 검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 엿새 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상실감을 느낀다”며 항소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부산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HUG는 1심에서 패소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지난 3일 법원에 제출했다.
HUG는 “임대보증금 보증의 법정 성질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없어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어 항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항소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임대보증보험의 가입자는 임대인이기 때문에 HUG와 임차인의 직접 계약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임대인의 사기 행위로 임차인이 피해를 봤지만 HUG 입장에서 임차인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
HUG 관계자는 “항소 결과가 나오기 전 1심 판결금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며 “판결금 지급을 미루는 것은 항소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는 HUG의 항소에 즉각 반발했다. 부산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항소한 것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전세 사기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항소를 취하하고, 보증상품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임대인 A씨가 일명 깡통주택 190여채를 이용해 임차인 149명으로부터 보증금 183억원을 받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 사건이 불거졌다. 임대인은 보증보험 담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위조한 계약서를 제출해 HUG와 임대차 보증보험을 맺었고, 보증서를 피해자들에게 제공했다.
HUG의 보증서를 믿은 피해자들은 임대인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갱신했지만,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HUG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HUG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주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소송은 15건이 법원에 제기돼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